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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이달의 책: 실존적 ‘나’를 찾아 떠난 아이들의 학교
강순원 한신대학교 심리아동학부 교수 2015.03.09




강순원의 대안학교 기행강순원 지음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한국교육을 바꾸라고 쓴소리를 했다. 공장과 같은 학교는 필요 없으니 미래의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 교육공간으로 바꾸란다. 그래서 우리 사회도 창의교육, 창의경제, 창의문화 등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창의마저도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모드여야 하기 때문에 창의교육이 우리의 아이들을 자유지성으로 성장하도록 조건지우지 못한다. 미셀 푸코(Michael Foucault)가 주지했듯이 감시코드로 옥죄는 학교교육의 폐쇄성·획일성·반포용성은 지속가능한 자기발달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이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새로운 교육공동체를 꿈꾸며 대안적 학교형태를 만들어 실험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작은 학교의 틀로, 도심지가 아닌 외곽지역에서, 정부의 교육규제를 부정하며, 스스로 공부하기를 시작했고 그런 기간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이 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대안학교의 이야기를 직접 가서 들어보고 우리 공교육이 미처 시도해보지 못한 교육적 대안을 함께 토로하며 공감한 부분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출판한 것이다.

 

학교 안에서조차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비상식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자신의 실존적 자아가 부정당하는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교육을 외면하고 있다. ‘를 의미없는 아이로 치부하는 학교에 매일 가야만 하는 의례에 몸으로 저항하면서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이 함께 공동체적 삶으로 안착시킨 대안학교를 거꾸로 가는 학교라고 홍순명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경마용 말을 앞만 보고 달리게 하듯이 교육이 학생들을 앞만 보고 경쟁하도록 채찍질한단다. 그러니 대안학교에서는 거꾸로 돌아 천천히 지역에서 뭔가를 배우게 하면 저절로 생명문화가 샘솟지 않겠느냐는 말씀이다. 그래서 대안학교에서는 아이들도 어른들과 같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학교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한다. 학생들 간의 갈등은 비폭력적 대화를 통해 해소하므로 학교폭력은 거의 없다. 교육과정을 자신들이 결정하니 수업이 재미있다. 그러니 결석할 이유가 없다. 수능점수가 잘 안 나오기도 하나 자신이 장차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모색하고 있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은 크지 않다. 이것이 내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다. 이 결정이 사회적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이 멘토로 참여한다. 그래서 학교와 지역은 함께 간다.

 

대안학교와 병행하여 2010년 이후 우리나라 학교교육 지형을 흔들어놓은 혁신학교는 무력한 공교육을 혁신하여 꿈을 여는 학교로 나간다는 정책적 기조 위에서 상당한 교육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혁신학교 교육과정이 공교육 교사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부분이 기존의 대안학교에서 시도해왔던 자유주의적 교육과정에서 연유해왔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교육과정은 다름의 세계(a world of difference)에서 교육은 개인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교육철학에 기초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붕어빵 제조기식 교육으로부터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밀가루 두 컵, 우유 한 컵, 설탕 세 스푼, 팥 얼마 등을 배합하여 몇 도에서 구우면 똑같은 맛의 붕어빵이 만들어지는 그런 식의 교육을 학교는 제공하고 있다. 획일화된 틀을 요구하는 학교교육으로부터 학생들은 본질적인 를 상실해 가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표준화된 로 살아가길 강요받는 일상에 노출되어 실존적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타자화된 나를 넘어나서 실존적 를 찾기 위한 교육운동이 대안교육운동이다. 그래서 대안학교들은 추구하는 바는 같지만 다른 과정으로 운영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