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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교사 에세이: 소통으로 함께 성장하다
서정민 서정중학교 교사 2015.04.06

2015년은 나의 첫 번째 중학교 졸업생이 배출된 해다. 2014년을 시작하면서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게 돼 기대와 설렘, 걱정이 많았지만 너무도 착한 아이들과 행복한 한 해를 함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중학교에서 생활한 지 어느새 6년차에 접어들었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중학교로 옮겨가면서 생각하지 못한 나의 좌충우돌 교직생활이 펼쳐졌다. 이제는 중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도 제법 터득했다.

 

처음 중학교 1학년 담임을 할 때 선생님 샤프심 사라졌어요”, “선생님 짝꿍이 지우개 안줘요등 초등학교 교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으로 가득했다. 학부모님과 상담을 할 때도 아이의 진로보다는 우리 아이 짝꿍이 자꾸 장난 친데요”, “우리 아이가 볼펜을 잃어버렸어요와 같은 내용들이 상담의 한 부분이었다.

 

처음엔 이런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다. ‘과연 내가 중학교 아이들과 수업을 잘 이끌고 학급을 잘 운영해 갈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까지 생겼다. 학생들의 학업, 진학지도가 중심이던 고등학교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약간의 아노미 현상까지 느꼈다. 하지만 한해 두해 지나고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아이들의 생각, 부모님의 바람을 중학교 학생들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인데 이곳에서의 작은 사건 하나는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고 염려의 대상이 될 것이다 .

 

 

2014년을 행복한 한해로 만들어 준 3학년 1반의 멋진 상남자들과 함께

 

교직생활 5년차일 때 아이들을 나의 눈높이로만 바라봤던 그때가 부끄럽다. 하지만 그때의 시행착오와 혼란은 이제 아이들을 가슴으로 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교사로서 성장하려는 시기에 3학년 1반에 모인 멋진 상남자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3학년 담임을 하면서 나의 다짐은 아이들의 적성과 끼를 고려한 진로진학지도를 하는 것과 아이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었다. 여러 책도 보고 아이들과 상담도 하고 진로진학지도를 위해 각종 경시대회에 출전하는 등 교사로서 욕심도 많이 부렸다.

 

그중에서 나의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한 친구가 있다. 이 아이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나와 함께 007작전을 펼쳤던 친구다. 2학기 초에 A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성적을 점검해보니 점수가 아쉬웠다. 떨어질 듯해서 다른 학교를 알아보려는 차에 기회가 찾아왔다. A고등학교 경시대회에서 은상 이상의 상을 받으면 입학사정 시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것이었다. 여러 선생님들에게 사정해서 겨우 출전권 한 장을 배정받았다.

 

남은 건 경시대회 수상인데 난감했다. 난생 처음 보는 전기회로 수업을 사회교사인 내가 지도하기도 힘들고 어떤 문제가 어떤 식으로 출제될지도 모르니 답답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무작정 아이와 함께 그 학교 교문에서 작업복을 입은 선배에게 전기회로 좀 알려주세요. 기본이라도 좋으니 일주일만 연습 좀 시켜주세요! 정 안되면 괜찮은 학원이라도 알려주세요! 꼭 이 학교에 와야 해요!”라며 앞뒤 가리지 않고 부탁했다. 담임인 내가 엄마로 보였는지 엄마랑 아들이 너무 열정이시네요. 그럼 연습 좀 해 볼게요라고 말하며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학교 끝나고 매일매일 한달 간 연습한 결과 이 친구는 은상을 수상해 A고등학교를 특별전형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학교수업은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가 전기회로를 하면서 학교공부도 성실하게 하고 나에게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해마다 봄이 되면 6살 딸아이와 꽃씨를 뿌리고 새싹이 나는지 관찰한다. “건강한 새싹이 자라려면 물도 한번씩 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줘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면, 딸아이는 바로 꽃씨에 애정을 보여준다. 내 딸이 꽃씨에 애정을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 만날 아이들에게 사랑과 인내를 보여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