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즈베키스탄 자라프샨의 한 전통 행사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회사일로 4년이라는 시간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다. 그곳에서는 당시 내 또래의 아이들이 생계를 위해 물건을 팔러 다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되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경제적 수준과 별개로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후 ‘어떻게 하면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고민은 국제개발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누구나 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아동 교육을 위한 바탕으로서의 경제성장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이와 관련된 활동들을 알아보던 중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이하 ‘KSP’)를 알게 되었다.
한국형 원조의 신선한 가치를 체험
최근 『죽은 원조』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개발도상국을 돕는 것이 인도적인 차원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성에 의문을 갖는 많은 이들이 원조를 비판하고 있다. 대다수의 비판론자들은 원조자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원조를 받은 개발도상국이 노력하기는 커녕 원조자금에 의존하여 나태하게 만든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러나 KSP는 현물이 아닌 경험 및 지식을 전수한다는 점에서 수여국과 공여국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다.
현물이 오가지 않기 때문에 학교나 병원이 세워지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가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 나라의 실정에 맞는 제도나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효과성이 높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발전경험을 개발도상국에게 전달해 줌으로써 해당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한국형 원조가 갖는 ‘신선함’ 때문에 YKSP에 지원하게 되었다.

우즈베키스탄 주한 대사관 방문 사진. 왼쪽부터 박지윤 YKSP(한국외국어대), 임주혁 팀장(보험개발원 통계팀장), 이욱헌 대사(주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대사관), 이시욱(KDI CID 소장), 최석준 교수(서울시립대), 우혜영 팀장(KDI CID), 필자
실전을 통해 전공 이론의 깊이 더해져
내가 참여한 우즈베키스탄의 2014년 KSP 사업주제는 ①우즈베키스탄 산업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야별 클러스터 정립 ②전자정부 지원 특수부처 관리 ③과학 및 기술정보의 혁신적인 전략 수립 ④자동차 소유자의 책임보험 관련 기반 개선이다.
수요조사 출장 전 내가 맡은 역할은 우즈베키스탄 개황을 정리하고, KSP 사업과 관련된 최신 기사와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수요조사 출장 및 중간보고회 기간 동안에는 연구진을 따라다니며 회의를 녹취하고 통역을 담당했다. 그리고 다른 팀과 달리 올해의 우즈베키스탄 사업주제와 별개로 지난해 8월 예산 관련 역량강화연수에 참여했다. 덕분에 다른 팀들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언어소통이었다. 사업주제와 관련하여 각 부처에서 참석한 담당자들의 경우 대부분 영어구사가 가능했지만, 예산관련 역량강화연수 참여자의 경우 연배도 높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서로 공통된 언어가 없어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난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먼저 사전을 찾아보고, 몸짓과 발짓을 동원해 한국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열정 앞에서 언어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YKSP 활동은 내게 폭넓은 시각을 선사했다. 회의에 참여하면서 각 주제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험과 우즈베키스탄의 각 사업별 현황 및 실태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학부에서는 경영과 국제지역학을, 지금은 대학원에서 개발정책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YKSP 활동은 이론과 실제를 접목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각 주제에 대한 흥미뿐 아니라 지식까지 쌓을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했다.
다가오는 5월, 지난 한 해 동안 정책자문한 결과물들을 보고하는 최종보고회에 참여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에 한 번 더 방문하게 된다. 첫 출장이 어떤 세부주제들이 논의될지 설렘에 물든 출장길이었다면, 이번 출장은 그동안 논의했던 내용들이 얼마나 더 발전하고 구체화되었는지 미리 그려보는 기대로 가득 찬 출장길이 될 것 같다.
마지막까지 잘 배워서 조만간 나 역시도 국제개발 전문가로서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리라 스스로 다짐한다.
●우즈베키스탄 개요
수도-타슈켄트
언어-우즈베크어
면적-447,400㎢ 세계57위
종교-이슬람교
●우즈베키스탄 KSP 사업현황
1. 우즈베키스탄 산업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야별 클러스터 정립
2. 전자정부 지원 특수부처 관리
3. 과학 및 기술정보의 혁신적인 전략 수립
4. 자동차 소유자의 책임보험 관련 기반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