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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이달의 책: 값싼 식량의 종말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15.04.06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첨단 21세기에 무슨 식량 이야기를 하냐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먹을 것이 이렇게 풍족하고, 이제는 보릿고개를 기억하는 세대도 없는데 식량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구시대적이라는 말일 것이다. 보릿고개, 즉 춘궁기란 지난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에 먹을 식량이 없어 배고픔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먹거리가 수북이 쌓여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21세기에 식량쇼크(food shock)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식량쇼크란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곡물의 바이오연료 활용 확대 등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한데 반해, 기상이변 등으로 공급 불안이 빈번이 발생하여 식량가격이 급등하고 식량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최근에는 2007~2008년과 2010년에 식량위기를 경험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식량쇼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식량 생산국들은 점점 식량을 무기화할 것이고, 식량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커진 만큼 글로벌 헤지펀드 등은 식량에 대한 투기 거래를 늘릴 것이다. 결국 가까운 미래에도 식량 가격의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책의 내용 중 아이티(Haiti)의 진흙쿠키와 러시아 곡물수출 금지의 나비효과, 이 두가지 사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사례는 2007년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원조가 줄자 식량 자급 기반이 취약하고 가난으로 식량을 구입할 여력이 부족했던 아이티에 식량 위기가 닥쳐온 이야기다. 충격적이게도 이 당시 아이티에 살고있던 많은 사람들이 진흙 쿠키로 허기를 달랬다. 돌멩이가 섞인 거친 흙을 체에 걸러 진흙 반죽을 만들어 거기에 물과 소금, 그리고 약간의 마가린을 넣어 햇볕에 말려 만든 진흙 쿠키가 가난한 아이티 사람들의 주식이 된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학 개리 베커(Gary Becker) 교수는 식량가격이 1/3 상승하면 부국(富國)은 생활수준이 3% 하락하지만, 빈국은 20%나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식량 문제는 가난한 사람과 국가에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로 인해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민주화 물결, 즉 아랍의 봄이 일어나게 된 나비효과가 발생한 사례이다. 2010년 여름 러시아는 자국 내 밀 생산 급감으로 인해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제 밀 가격이 오르고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밀 수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집트 내 밀 재고량이 크게 낮아지면서 빵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시위대의 반정부 시위 구호도 처음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이 아닌 '빵을 달라'는 것으로 시작했다. 결국 2011년 중동 지역이 민주화된 것은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 조치의 나비효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식량 문제가 전 세계에 중요한 문제로 파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현재 식량가격은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과 같이 싼 가격으로 식량을 구매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주장한 것처럼 값싼 식량의 종말(the End of Cheap Food)’이 다가온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식량이 에너지와 광물과 같이 희소성 있는 자원임을 인식하고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