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애플의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20위인 스위스가 6,790억 달러였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아이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이디어 시대, 특허 분쟁 끊이지 않아
아이디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다. 만약 누구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임승차의 유혹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지식과 기술의 공유는 사회전체적인 후생수준을 높여주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러한 무형의 자산을 보호·장려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이 특허제도 등장의 배경라고 볼 수 있다.
특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어떤 발명가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신기술을 발명했다고 하자. 시간·공간적 제약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는 거대한 변화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발명가가 기술 유출이 두려워 평생 자신만을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한다면 인류는 다른 누군가가 이 신기술을 발명하기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가 아낌없이 기술을 나눠줄 수 있는 인정많은 사람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특허제도 하에서 발명가는 신기술에 대한 소유를 법적으로 인정받고 사람들은 라이센스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함으로써 발명가와 기술 사용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가 가능하다. 이와 같이 특허는 개인이나 기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해주고 나아가 기술의 공유를 통해 범세계적으로 삶의 질적 수준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허제도를 통해 생겨난 부정적인 측면에도 주목해야
개인의 창작을 장려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한 특허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특허와 관련된 분쟁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독일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기기 중 일부 모델의 판매가 금지되었던 적이 있다. 골자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자사 특허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가로 독일 내에서 삼성전자의 특정 제품 판매를 금지해버린 것이다. 삼성전자가 부담했던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독일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가능한 제품의 수가 하루아침에 줄어버린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결과였다.
최근 들어 ‘특허괴물’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생산활동을 하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게 특허 괴물이라 불리우는 기업들은 오직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기반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NPE(Non-Practicing Entities)라고도 불리며 지식재산관리회사라고 해석된다. 이들은 저가로 특허를 매입하여 이를 사용하는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얻거나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한 기업들을 상대로 막대한 보상금을 노린 소송을 제기한다. 일례로 올해 2월, 미국 텍사스주 지방법원에서는 애플 측에 5억3,290만 달러라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안겨주었다. 애플의 아이튠즈라는 프로그램이 스마트플래시라는 기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스마트플래시는 2000년대 초 한 발명가가 아이디어 상업화를 위해 설립한 기업으로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 전형적인 특허괴물이다.
특허괴물이란 용어는 미국의 거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테크서치라는 회사로부터 당한 특허침해소송중에 인텔 측 변호사가 테크서치를 가리켜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비난한데서 유래되었다. Troll이란 북유럽 신화에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무서운 괴물인데, 흥미로운 것은 법원이 승자로서 인텔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당시 인텔 측 변호사인 피터 뎃킨이 이 소송을 통해 특허권의 중요성을 깨닫고 또 다른 특허괴물이었던 인텔렉추얼벤쳐스(Intellectual Ventures, IV)라는 기업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최대의 특허괴물기업으로 성장한 IV는 우리나라에서 2008년 200여개의 특허권을 매입하여 다음해 삼성과 LG로부터 수조원의 로열티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허괴물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개인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공급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여러 산업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특허괴물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로열티와 소송과 관련된 암묵적인 비용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에 등록된 특허를 침해하지 않도록 사전조사를 하게 되는데 특허괴물의 등장으로 필요 이상의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비용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비용구조 악화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실업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점과 더불어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만든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도 특허괴물의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미국에서 진행된 특허소송은 약 6,000여건으로 이 중 약 70%가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이라고 알려졌으며 미국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허괴물로부터 국내기업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신기술을 장려하는 특허의 순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