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클릭경제교육(종간)
교사 에세이: 배우기 싫어하는 자, 가르치지 말라
민영기 대전 도안중학교 교사 2015.04.30

교편(敎鞭)을 잡은 지 16. 요즈음은 교편(敎鞭)’이라는 말이 어색할 뿐 아니라 교육현장과도 어울리지는 않는다. 선생님들의 따끔한 회초리()로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사제 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어떠한 형태의 체벌도 전면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훈육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학생들도 잘 알고 있다. 체벌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서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점차 훈(), ()이 사라져가고 학생들에게 업무 중심적이고 벌점 부과와 같은 행정적 태도밖에 보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교사입니까?’ 교단에 선 순간부터 거의 매일같이 나에게 묻는 질문이다. 마치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처럼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교직에 입문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열정을 쏟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도 판단하기 어려운 교육 환경이기에 답답함은 더욱 심해져간다. 나의 다짐과 의지와 상관없어 주어지는 임무가 너무 많고 또한 그것을 수행하려는 동인은 그리 크지 않다는 현실의 벽 문일 것이다. 교사의 열정은 교수-학습의 방법이나 학습의 내용에 대한 전문성 혹은 아이들의 생활 영역을 일깨우는 일종의 교육 오케스트라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학습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주어지는 수많은 가시적 성과와 전시 교육 행정 지원 등 다양한 업무들은 교사로 하여금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교육 환경에 대한 푸념만을 늘어놓아 시간을 낭비하고 현실비관적인 못난 교사로만 남느니 차라리 그 금쪽같은 시간에 교육의 중요 변수인 교사로서, 내가 무엇을 학습하며 어떻게 변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명언이 있다. ‘배우기를 싫어하는 자, 가르치지 말라!’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하는 말이다. ‘배우기를 즐겨하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얼마나, 어느 정도의 기간을 통해 배우려 하는가?’ 나의 고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러하듯 배우려는 나의 태도는 확연하여 과연 나는 학습의 열정을 가진 교사의 모습임에는 분명한데 그렇다면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무엇을 배워야만 하는가

 

매년 새로운 학생들과 1년 간의 학교생활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역할을 해가면서 교육 활동을 전개한다. 우수 학생을 격려하기도 하고, 가정에서 관리되지 않는 학생들을 상담하기도 한다.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처리하는 것도 역할 중 하나다. 이처럼 교사와 학생이라는 큰 틀 안에서 소중한 관계와 인연을 만들어가며 1년의 시간을 보낸다.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베테랑의 노하우가 접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열정과 신선함, 민감도가 저하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때문에 학생들에 대해 늘 새롭고 신선하게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도록 나의 마음을 정비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학습 포인트가 아닐지 생각해보며, 오늘도 스스로 다짐해 본다. 기존의 잣대나 유형화된 틀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지 말고 신선한 열정을 품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