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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만화 원피스의 국민들이 가난한 이유는?
원청연 KDI 산업·서비스 경제연구부 연구원 2015.04.30

오다에 이치로의 만화 원피스’. 작품 내에서는 원피스가 발견되면 전세계가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1997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오다에이치로의 만화 원피스는 해적 루피의 모험을 다룬 만화로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 루피는 해적왕’. 골드.D.로져라는 대해적이 남긴 보물인 원피스를 찾아서 해적 중의 해적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루피를 제외한 다른 해적들은 마을이나 일반 상선을 약탈하는 등 우리가 상상하는 해적 그대로이다.

 

원피스 내에 등장하는 일반 국민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풍족하게 묘사되는 등장인물은 집안이 좋거나 지배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유추해볼 때 원피스 세계내의 경제 상태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작중에서 묘사된 제도에 주목하여 보자.

 

제도 연구로 유명한 경제학자인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는 경제가 성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두 가지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제도는 한 국가가 자신들이 관할하는 영토 내에서 폭력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정부이다. 이러한 정부가 없으면 정상적인 경로의 경제활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는 소말리아이다.

 

권위 있는 정부 + 포용적 제도 = 경제성장

 

건전한 시장경제에서는 사람들은 서로의 물건을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하며 거래한다. 권위 있는 정부가 있는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폭력을 통제하는 국가가 없고, 약탈을 규제하는 일련의 법체계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방법은 상대방의 물건을 빼앗는 것이다.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다면 약탈은 자기 이익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실제로 소말리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애쓰모글루가 제시한 경제적 번영을 위한 두 번째 조건은 포용적 제도이다. 포용적인 제도란 사유재산이 확고히 보장되고 법체제가 공평무사하게 시행되며 누구나 자유로운 교환 및 계약이 가능한, 그리고 공평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가 제공되는 제도를 의미한다. 단순히 폭력을 통제한다고 해도 폭력을 통제하는 집단 자체가 폭력적인 경우도 많다. 포용적 제도가 없는 중앙집권국가는 국민이 국민을 약탈하는 것에 서 국가가 국민을 약탈하는 것으로 변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

 

원피스 세계의 경우는 바로 이 포용적 제도가 결여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해군이 비교적 해적을 통제한다고 하더라도, 포용적 제도가 결여된 권력은 국민들을 착취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배계급에 올라선 이유는 단순히 혈통이 좋아서인 경우가 많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원피스>천룡인이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조상이 정부의 설립자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부를 누리고 국민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 밑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의 특권을 보호해 주는 세력은 세계정부 그 자체이다. 포용적 제도가 아닌 착취적 제도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착취적 제도에서는 높은 거래비용 지불해야

 

경제학의 기본 가정 중 하나는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착취적 제도 하에 살아가는 국민의 인센티브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서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은 거주 이전의 자유도 교육의 자유도 직업 선택의 자유마저 없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을 유인할 인센티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이 좀 나아져서 남미국가에 태어났다고 가정해보자. 북한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여기에서 사업을 한번 해보고자 한다면 각종 진입 장벽과 복잡한 행정절차에 시달려야 한다. 그리고 기존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으니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곳에서 경제적인 성공이라는 것은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교섭을 통해서 이미 있는 것을 나눌 때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착취적 제도에서는 경제활동을 하려면 높은 거래비용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비용이란 개인과 기업이 경제적 거래에 참여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이다. 1993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Douglas North)는 좋은 제도가 자리 잡으면 거래비용을 낮추고 좀 더 효율적인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착취적 제도는 기존의 권력자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장진입에 많은 거래비용을 발생시킨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교의 안드레이 슐라이퍼(Andrei Shleifer) 연구팀의 조사에 의하면 라틴아메리카에서 사업가가 인허가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219일이지만, 한국·대만 등은 140, 선진국의 경우는 120일이 걸린다. 이런 거래비용은 새로운 기업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고 경제 전체적으로 비효율을 유발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국가가 폭력을 통제하고 법질서를 세우며 민주주의 초석을 바탕으로 포용적 제도를 수용한 경우는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해냈다. 이런 나라에서 태어난 국민은 자신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교육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를 통한 시장 진입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이런 곳에서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일어나게 되고 더 좋거나 새로운 상품이 생겨나게 된다. 그 결과, 나라는 좀 더 풍요로워진다.

 

원피스의 오랜 연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골드.D.로져가 숨겨놓은 비보(?寶)` ‘원피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원피스의 정체에 대해서 많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추측해보는 것도 작품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작품 내에서는 원피스가 발견되면 전 세계가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원피스가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줄 보물로 묘사되는 것에서 유추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포용적 제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비보(?寶)

만화 원피스’ 11화에 골드.D.로져는 처형을 당하기 직전에 보물을 남겼다고 말한다. 보물의 위치는 불명이며, 특정한 사물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는 순간 세계는 거대한 싸움에 휘말린다. 작품의 최고 권력기관인 세계정부는 원피스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경제적 유인(incentive)

사람들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이나 제도를 말한다. 합리적인 사람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여 의사결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