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왜 포용적 제도에서 기술혁신이 잘 이루어지고, 착취적 제도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건가요?
A. 제도는 경제활동과 관련된 법적·사회적·문화적 환경 또는 시장경제의 ‘규칙’을 뜻합니다. 한 사회 안에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으면 경제주체의 기술 개발과 자본 축적이 용이해집니다. 즉, 경제주체는 제도를 통해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여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기술혁신 과정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줄 새로운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허용하는 경제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포용적 제도에서 기술혁신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취한 사회가 공정한 사회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에는 법치와 기회균등이 있습니다. 보편성을 기본원리로 하는 법은 국민 일반을 대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하고, 특수한 계층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어서는 안 됩니다. 즉,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면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법 위에 군림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기회균등은 사회 질서를 확립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정당한 분배가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법치주의의 근본이념에 따라 사회의 권력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고, 고루 분산되어 있어야 서로 견제하고 이해하면서 포용적 제도가 제대로 보전될 수 있습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의 저자인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포용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해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포용적 정치제도로 인하여 포용적 경제 제도가 마련될 경우 소득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고, 사회계층이 한층 더 확대되어 정치 분야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시장에 진입할 기업들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고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기술혁신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반면, 착취적 제도가 기저에 깔린 사회에서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착취적 정치제도와 착취적 경제제도의 관계는 포용적 정치·경제제도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보입니다. 권력이 분산되어 서로를 견제하며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포용적 제도와는 달리, 착취적 정치제도는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어 있고, 부와 권력을 지배하는 소수 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경제 제도를 활용하면서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방식과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다원주의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지 않은 점,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으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수밖에 없는 점 등 경제 번영과는 거리가 먼 요인들로 인해 착취적 제도 하에서는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