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을 한결같이 모여 어떻게 하면 사회과목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현희(독산고), 이은주(목은중), 정양례(하안중), 주영미(월촌중) 선생님. 뜻 깊은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특별한 네 분 선생님을 만났다.
먼저 올해 초 『사회선생님이라면 어떻게 읽을까』를 발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책인가요?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마음에 작년 수업시간에 교과 독서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도서 목록을 선정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교과 도서에 필요한 도서목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전부터 학생들과 선생님의 사회교과에 도움이 되는 책에 대해 관심도 있었고, 자료집도 꾸준히 냈던 것이 도움이 됐어요. 이 책에는 우리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면서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을 소개했어요. 물론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에요. 시중에 나온 최상위 아이들을 위한 도서목록들과는 결이 달라요. 교과 도서를 진행하시면서 도서 선정에 고민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학생들 갈수록 책 읽을 시간이 없잖아요. 좋은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선생님들만의 비법이 있으세요?
강력하고 적극적인 독후활동이 독서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연상되는 단어 적기, 내용 정리, 글쓰기, 토론, 저자 특강, 탐방 같은 것이지요. 작년에 1학년 학생들과 수업시간을 이용해 『잘 산다는 것』(강수돌 저)을 꼼꼼하게 읽고, 저자인 강수돌 교수님을 모셔서 특강을 한 적이 있었어요.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동아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인문사회과학 동아리 활동으로 『20년간의 수요일』(윤미향 저)을 읽고, 실제 수요집회에 가 본 적이 있어요. 참여를 머뭇거리던 학생들도 막상 현장에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더라고요. 이런 독후활동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재미있어 해요. 그럼 저희들도 재미있고요. 현재의 학교 현실에서 독서활동이 쉽지 않겠지만, 교사가 학생들을 믿고 뚝심있게 밀어부쳐 보세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맛보실 수 있을 거에요.
네 분이 ‘신사모’라는 소모임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어떤 모임인가요?
전국사회과교사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만 하자’는 데 뜻이 맞아 1994년 ‘신사모’라는 소모임을 결성했어요. ‘신나는 사회 교사들의 모임’ 혹은 ‘신기한 사회 교사들의 모임’이라는 의미에요. 20년 째 2주일에 한 번씩 모여 활동하고 있어요. 우리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하고, 사회 전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에 대해 생각하면서 사회교과와 관련된 수업지도안을 개발해요. 지원금을 받는 활동을 지양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각자가 한 주제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서 작은 아이디어라도 생각이 발전해 괜찮은 결과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렇게 개발한 수업방식은 꼼꼼하게 정리하고 서로 공유해서, 각자의 학교나 개별 모임, 도서관 활동 등에 활용합니다.
만삭이었을 때도 출산 직후에도 이 모임의 활동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참여해 왔습니다. 후배 선생님들에게도 교과 모임에 꼭 참석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가 생기면 배짱도 좋아지고, 든든하답니다. 모임을 통해 협의를 거치면 현장에서 힘있는 한마디를 할 수 있게 돼요.
학교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고등학교에서 경제를 선택했어도 막상 수능 경제문제를 보면 좌절하게 돼요. 심지어 경제를 재미있어 하던 학생들도요. 화려한 수식을 사용해서 똑 떨어지는 답을 요구하는 안일한 방식의 현재의 출제 형태는 학생들이 현상을 이해하는 것과 무관한 것 같아요. 그래서 수능에서 경제 선택률이 떨어지고, 학교 수업에서도 경제가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현재 사회 교과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소 선생님들께서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사회교육이란?
사회 교육은 개인의 문제를 사회화하고 정치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 사회과 교육과정은 점점 보수화되고 탈정치화되고 있어요. 교육과정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에요. 어느 분야를 강조하면 다른 분야는 다루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1학년에서 생애설계와 재무설계를 다루면서 복지와 공동체 차원의 문제가 사라졌어요. 현재의 통합사회 교과서가 무척 세련되고 진보적인 듯이 보이지만 각종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각도는 개인의 문제로 한정 짓고 있습니다. 적어도 사회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개인이 풀라고 돌릴 것이 아니라 정치화·사회화해서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게다가 중학교 사회는 너무 많은 지식으로 채워져 있어요. 내용요소를 줄이고 민주시민 양성으로 방향을 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창업이라는 관점에서 사회 현상들을 재해석해보는 신장개업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어요. 올해는 이 프로그램에 사회성을 가미해서 발전시켜 보려고요. 저희는 하고 싶은 게 없을 때가 없었어요.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하기 싫었던 적도 없었고요. 오히려 ‘나는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너무 중요한 문제니까 빨리 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함께 책을 읽어서 그런가 봐요. 앞으로도 이렇게 같이 공부하고, 같이 생각하면서 공부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