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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국가의 미래, 제도에 달려 있다
서현원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2015.05.13

18세기 초만 해도 미국과 남미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해 아르헨티나·쿠바 등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대다수 통계자료가 말해주듯이 미국·캐나다의 소득 수준이 월등히 높다. 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는 이것을 제도의 차이로 설명하였다. 사진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노갈레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사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생활 방식이 개인중심에서 사회중심으로 변하면서 개인은 욕구를 통제해야 했고 그 결과 서로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인간은 개인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만들었다. 제도는 크게 공식적 제도와 비공식적 제도로 나누어볼 수 있다. 공식적 제도는 헌법, 법률, 정부가 정하는 규칙, 명령, 정부규제에 이르기까지 사회구성원의 행동을 규율하는 모든 공식적 제약을 포함한다. 비공식적 제도는 이념, 문화, 관습, 관행, 국민정서와 같이 공식적 규칙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행동에 비공식적인 제약으로 작용하는 사회의 공통적 사고를 말한다.

 

인간의 삶 나아가 국가 성장에도 영향 미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Douglas North)는 제도를 인간의 상호 작용을 규제하는 장치로 보았으며, 불확실성을 줄이고 무임승차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제도가 생겨났다고 하였다. 제도가 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영역을 제한함에 따라 사회적 비용을 줄여서 다른 사람이 편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스는 각 나라의 성장 차이를 제도적 요인으로 설명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18세기 초만 해도 미국과 남미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해 아르헨티나·쿠바 등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대다수 통계자료가 말해주듯이 미국·캐나다의 소득 수준이 월등히 높다. 노스는 이것을 제도의 차이로 설명하였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모든 제도가 항상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사회 혹은 국가는 제도로 인해 개인적 삶을 보호받으며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반면,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제도가 인간의 경제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도경제학은 이러한 제도의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적 조류다.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렌(Thorstein Bunde Veblen)이 탄생시킨 제도경제학은 전통 경제학에서 무시되었던 제도를 경제 분석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경제학의 영역을 넓히는 데 공헌했다. 그러나 20세기 초·중반, 일부 제도경제학자들이 이론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면서 점차 신뢰를 잃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들어 노스 등 제도경제학자들의 잇따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으로 제도경제학의 위상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체계적인 제도 설계로 미래 불확실성 최소화

 

경제제도는 역사적으로 볼 때 크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로 나누어진다. 자본주의 체제는 사유재산제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그 특징으로 하는 반면, 사회주의체제는 일반적으로 사유재산제도와 직업선택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으며, 경제 활동에 대한 광범위한 국가의 개입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순수한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는 않다. 어느 한 체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다른 체제의 요소를 가미하는 혼합형 체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경제적 약자나 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자유시장 중심의 혼합경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신제도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발전을 결정하는 요소는 제도이고, 나라별로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경제발전의 경로도 다르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남한과 북한은 한국전쟁 이전에는 인종과 문화, 제도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1962년 남한에서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제도적 환경 때문에 오늘날 남북한 간에 경제발전 속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노동, 사회복지, 금융, 산업 그리고 재정조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사회복지제도는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이 부상, 질병, 출산, 실업 등의 원인에 의해 생활이 어려워질 경우 공공의 재원으로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제도는 목적 이외에 의도하지 않는 또 다른 결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과거 유럽의 선진 국가에서는 사회복지제도가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오히려 빈둥거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더욱이 근로자들은 복지제도로 인해 아까운 세금만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근로의욕이 저하되는 사회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제도가 인간의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다. 사회복지제도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관련 제도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제도 도입에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과 개인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 경제이론을 도입·연구하고, 경제학자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