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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AIIB 가입으로 인프라 사업 수주에 청신호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2015.05.13

 

한국이라는 새우가 미국과 중국 간 고래싸움에 등이 터질 지경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324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하 ‘AIIB’) 참여를 놓고 고심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 경제의 맹주(盟主)로 떠오른 중국이 우리나라에 AIIB 가입을 제안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틀 후인 26, 우리 정부는 “AIIB에 예비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중국에 서한으로 이를 통보했다AIIB 참여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AIIB는 우리나라가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첫 국제기구다.

 

, 아시아 경제 주도권 확보 위해 AIIB 설립

 

막차를 탄 우리나라를 포함해 AIIB는 최소 47개의 창립 회원국을 확보하게 됐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신청 마감일인 지난 331일 기준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국가는 46개국이다. 신청서는 제출하지 않았지만 참가 의사를 밝힌 대만을 합하면 최소 47개국이 AIIB 창립 회원국이 된 것이다. AIIB는 회원국의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 올해 말 출범할 예정이다.

 

AIIB는 지난 201310월 중국이 공식적으로 설립을 제안하며 창립 논의가 진행됐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의 대형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지원하겠다며 국제금융기구로서 AIIB 설립을 준비해왔다. AIIB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이 국제기구가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orld Bank)에 대응해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금융 질서는 브레턴우즈체제속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 체제의 중심축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최대 주주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국제 금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IMF나 세계은행, ADB 등 주요 기구에서 급속히 커진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AIIB 설립에 큰 공을 들였다. 중국은 AIIB 활동을 통해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금융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 장고(長考) 끝에 참여 결정

 

AIIB를 통해 아시아 지역 주도권을 잡으려는 중국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놓쳐서는 안 될 핵심국가다. 이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AIIB 창립 멤버로 가입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원국 접수 마감을 앞둔 지난 3월 말에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차관보급)가 우리나라를 찾아 AIIB 가입을 압박했다.

 

그러나 앞서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AIIB 가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셈법은 매우 복잡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AIIB 가입에 따른 경제·외교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반대 때문에 가입 여부를 고심했다. 미국은 중국이 AIIB를 독점적이고 불투명한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AIIB 가입을 견제해 왔다.

 

그런데 회원국 접수 마감을 앞두고 영국을 필두로 유럽 주요국이 AIIB 참여를 결정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도 AIIB 참여를 발표했고, AIIB 가입이 흥행 조짐을 보이자 중국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리췬(金立群) AIIB 임시사무국장은 많은 나라의 참여로 AIIB 내 중국 지분은 줄어들 것이라며 AIIB가 중국의 입김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또 AIIB가 환경·노동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중국은 환경 보호와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이주민의 이익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도 태도를 바꿔 AIIB 창립을 소극적이나마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고, 장고 (長考)에 빠졌던 우리 정부도 가입 신청을 서둘렀다. 정부의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 역내(域內) 국가로는 첫 AIIB 참여국이 됐다.

 

아시아 지역 진출 교두보 마련

 

AIIB 참여가 결정되며 당장 AIIB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가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DB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인프라 시설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기존 국제금융기구가 수행하는 인프라 관련 투자는 연간 100억 달러에 그친다. 앞으로 AIIB가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직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아시아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는 “AIIB 참여를 통해 건설·토목·항만·통신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이 아시아 지역에서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간 관계도 보다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어렵게 창립 멤버가 된 만큼 앞으로 AIIB 가입에 따른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AIIB 내 우리나라가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요구하고, 실제 투자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부총재 등의 지위에 우리 인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 (ADB: Asian Development Bank)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 및 경제협력을 도모하고, 지역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966년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세계은행(World Bank)

정식 명칭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으로, 세계 각국의 경제부흥과 개발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현재는 주로 개발도상국의 공업화 관련 융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