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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교사 에세이: 학생과 교사의 썸 타기
이경민 대구 영남고등학교 교사 2015.06.02

은행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많은 고객에게 금융 업무를 제공하는 을의 입장이지만 교사인 너는 갑의 입장이잖아. 그래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별로 없을 것 같아.” 이 말에 광분(?)하려다가 꼭 그렇지는 않아.”라고 잘라 말했다.외부에서 볼 때는 교사와 학생이 갑과 을의 관계와 같이 인식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친구와 함께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려 지금과 비교해 보면, 학교 현장은 많은 것이 변하였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2015년 대한민국 학교 현장에는 다양한 성격과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존재한다. 이 사실을 간과한 이 친구에게 나는 덧붙여 말했다. “학교처럼 흥미진진한 직장은 없지. 갑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교사로서 보람 있는 일을 하는데 더 집중할 뿐이야.”

 

스스로 돌이켜 보면,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정작 학생들의 마음을 얻지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시간이 있었다. 반대로, 업무를 핑계로 교사로서 노력을 100% 기울이지 않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이, 그리고 내가 지도하고 있는 경제 동아리가 주위에서 최고라고 불리며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 덕분이었다.

 

5년 전, 한 학생의 요청으로 시작한 경제 동아리 활동은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주었다. 다양한 교육활동 체험을 위해 전국을 누비며 때로는 토론 활동을 통해 진검 승부를 겨뤄보고 시장 상인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그리고 교외에서 열린 대회에서 예상치 못 한 큰 상을 수상하며 어깨가 으쓱해지는 경험도 했다.

 

얼마 전, 자신이 경제동아리 부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지만 뜬금없이 영어교육과로 진학한 우리 학교 졸업생이 나를 찾아왔다. 담임교사를 맡았던 적도 없었는데, 커다란 음료수한 박스를 들고 싱글벙글하며 찾아온 모습이 기특했다. 반가움을 잠시 내려놓자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를 비롯하여 바뀐 환경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하소연을 시작했다. 자신은 당장 외국에 나가보고 싶지만 지도교수님께서는 교사가 된 후에도 늦지 않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아이의 고민을 들으며 나는 주저 없이 말했다. “나는 너의 선택을 존중해.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로 너의 가능성을 낮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출발점에서 너는 자신을 신뢰하며 행동하기를 바라!”

 

점차 더워지는 날씨에 책상에 앉아있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 지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내 학교에서 나의 존재는 이들로 인해 빛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찌푸렸던 미간은 어느새 풀리고 만다.

 

가끔씩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 너를 향한 맘은 변하지 않았는데 혹시 내가 이상한 걸까. 혼자 힘들게 지내고 있었어. 요즘 따라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무뚝뚝하게 굴지 마.’

 

지난해 한창 인기를 끌었던 노래가사의 일부분이다. 지난 여름 연수를 받으며 내가 속했던 모둠은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를 이란 단어로 제시하며 여러 선생님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어쩌면 학교 교육 현장에도 어울릴 법한 노래가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서기 위해 교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인 학교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나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