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자유무역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무역 흐름으로는 FTA와 지역블록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중일 FTA 제7차 수석대표 협상'이 열렸다.
지구촌·세계화 등의 단어는 세계 여러 국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상호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을 대변한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상호 직접적인 연관관계에 놓일 수 있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교통과 통신 기술의 발달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전 세계를 실질적으로 하나로 묶어준 요인이 있으니 다름 아닌 ‘무역’이다.
높은 통신비용과 교통비용은 무역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이다. 그런데 통신 및 교통 관련 기술 발달로 인해 컨테이너선, 초대형 화물선, 통신위성망 등이 등장하면서 무역 참여자들은 원거리에 있는 거래 상대방과 손쉽게 접촉하고 쉽게 물건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진보는 무역을 발달시킨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술진보만으로 무역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국가 간의 무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요건이 필요한데 다름 아닌 자유무역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무역 규모는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한결같이 증가해 온 것만은 아니다. 일찍이 경제학자 케인즈(Keynes)는 “1914년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의 교류는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고 예언한 바 있다. 실제로 두 번의 세계대전, 1930년대의 대공황 및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보호주의는 세계무역을 침체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의 무역은 1870~1913년에 빠르게 증가하였으나 이후 수십 년간 크게 감소하였고, 1970년까지 제 1차 세계대전 직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달만으로는 국가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지 못하며 자유무역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반증해 준다.
2015년 4월 현재 FTA 231건에 달해
관세, 수입할당과 같은 무역장벽이 본격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세계 경제는 GDP 대비 수출 비중이 유례없이 높게 증가하였다. 1973년 세계 총수출은 1950년에 비해 500% 증가한 반면에 세계 경제 교역량은 200% 증가했다. 1989년의 경우 세계 총수출은 1950년 대비 1,000% 증가한 반면 세계 총생산량은 400% 증가하였다. 1990년부터 2004년까지는 세계총수출은 200% 이상 증가하였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세계 총생산량은 고작 37% 증가하였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생산에 비해 교역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자유무역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무역 흐름으로는 FTA와 지역블록화를 꼽을 수 있다.
먼저 FTA란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의 줄임말로, FTA 체결 국가 간의 상품, 서비스, 투자 등에 대한 각종 무역 장벽을 낮춤으로써 교역을 증진시키기 위한 양자 간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지역블록화는 그동안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같이 대개 인접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흔히 지역무역협정(RTA:Regional Trade Agreement)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거리 FTA 체결도 늘어나고 있다.
FTA의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로 크게 무역창출효과와 무역전환효과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무역창출효과란 FTA 체결에 따라 관세가 낮아져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및 투자 등이 이전보다 더 확대되는 것을 말하는데, WTO(World Trade Organization,세계무역기구)에서 FTA를 허용하는 논리적 근거는 이를 기반으로 한다. 무역전환효과란 FTA 체결이 오히려 FTA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에 교역과 투자 등을 감소시키고 FTA 회원국 간에만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2015년 4월 기준 WTO를 통해 확인된 FTA는 총 231건에 달한다. 1995년 WTO 출범 이후 급증하기 시작하여 전체 체결 협정 중에서 1995년 이후에 발효된 비중이 전체의 87.5%에 해당한다.
경제의존도 높은 국가들 간 경제블록 형성
국제 무역의 흐름을 설명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지역블록화를 꼽을 수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공통의 이해 증진을 위해 경제 블록을 형성하는 것을 ‘지역경제블록화’라고 한다. 쉽게 말해 ‘특정지역 내 자유무역경제권’을 의미한다. 경제블록의 궁극적인 목적은 회원국 간의 관세 인하 등 무역 제한을 철폐하여 자유무역을 활성화하고, 국가의 이익을 증대하며,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경제통합을 통해 무역창출, 투자유인 등의 실질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정치적 측면에서 지역안보문제, 즉 국가 간의 유대감이 형성되어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
서유럽에서 1980년대 이후 GATT를 중심으로 범세계적인 자유무역주의를 추진하였으나 회원국 간의 이해 대립이 발생하여 실패한 후,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는 인접 국가들 간의 자유무역 실현 움직임이 확대되어 나타난 것이 지역경제블록화다. 1990년대는 지역주의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경제 통합의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역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지역별로 경제 블록화를 만들게 되면 무역 자유화를 이룰 수 있고, 또 약소국들이 세계 경제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회원국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차별적 행동으로 인해 비회원국이 국제 거래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어 무역마찰을 가져오는 부정적 측면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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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관세장벽과 수출입 제한을 제거하고, 국제무역과 물자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1947년 제네바에서 미국을 비롯한 23개국이 조인한 국제적인 무역 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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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WTO)는 GATT에 비해 보다 강력한 기구로, GATT체제가 포괄하지 못했던 서비스교역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무역 관련 분쟁해결의 법적 구속력이 강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