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같은 시골학교에 취재할 게 있을까요?”
click 취재팀이 경남 남지고를 방문했을 때, 선생님과 학생들은 수줍게 말을 건넸다. 남지고 경제동아리가 교실을 박차고 나가 지역경제의 현장을 누빈다는 소문을 듣고 click이 찾아갔다.
지역과 함께하는 생생한 현장 활동
학교가 있는 남지읍은 최근 유채꽃 축제가 활성화되며 전국의 관광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연히, 지역사회의 요식업이 발달하고 지자체의 지원이 가속되어 지역경제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동아리 ‘보리(Vol-e, Volume up Economy의 준말)’는 이 지역축제가 얼마나 지역의 소득을 올리고 경제를 활성화시켰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어 현장을 나가게 되었다. 축제 때 물건들 가격을 파악하고 어떤 물건이 인기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며 돈이 어떻게 도는지 알아봤다. 송민수 선생님은 “여기는 원래 농업으로 먹고 사는 지역입니다. 땀을 흘리며 작물을 수확하는 것으로만 돈을 번다는 생각이 있었지, 이런 서비스로 돈을 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지역주민에게도 생소한 일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도 알려주고 싶었어요.”라며 활동취지를 설명했다. 축제 이후 아이들은 넘치는 호기심과 패기로 남지읍장을 찾아가 지역현안에 대해 건의를 하기도 했다.
남지고 근처에는 남지농협공판장이 있다. 학교 수업 중에도 이곳의 경매 소리가 교실까지 들리곤 하는데, 보리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 이곳을 방문한 적도 있다. 안성혜(2학년) 학생은 “평소에는 시끄럽다고만 생각했죠. 그러나 공판장에 가서 직접 경매하는 것도 보고 경매용어와 수신호도 배우고 소장님과 인터뷰도 했어요. 경매로 하루 3천만 원에서 많으면 1억도 번다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어요.”라며 지역의 경제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동아리의 활동들은 대개 지역의 생생한 현안들과 밀접해있다. 동아리의 목표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에 초점이 있고,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손고은(3학년) 학생은 “이곳에 아파트 들어서고 음식점 생긴 지 5년도 안됐어요. 변화와 함께 지역 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넷 보면 다른 학교의 경제동아리들이 다양한데, 우리는 미흡한 것 같기도 해요.”라며 겸손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송민수 선생님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풍부한 전문교육기관의 체험프로그램, 강연 등이 부러울 때도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호기심과 열정이 우리를 뛰게 하는 원동력
박명훈(2학년) 학생은 “경제는 세상을 돌아가는 흐름을 알 수 있게 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배워야한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채택된 과목은 아니지만 독학으로 경제를 배우고 있어요.”라며 경제 공부의 필요성을 실감한다고 했다. 보리는 이런 필요성을 스스로 느낀 학생들이 모였기에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다. 선생님은 거기에 조언을 더할 뿐이다. 송민수 선생님도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동아리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작년 여름 방학, 학생들은 서민들의 자산관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터뷰를 감행하기도 했다. 보리는 무작정 설문지 300부를 들고 대구 동성로를 찾아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설문에 응해주지도 않고 성의없는 답을 해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일제히 그 무더운 여름날을 아쉽고 힘들었던 활동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호기심을 좇아 도전한 그 열정만큼은 값지지 않았을까?
송민수 선생님은 야외 활동을 할 때에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인다고 한다. 김진수(3학년) 학생은 “어릴 때 주위에 자연 현상을 신기하게 여기잖아요. 그 원리를 알고 나면 ‘아! 이런거구나’하는 느낌이 드는데 경제도 그런 것 같아요. 뉴스를 보고 아는 것이 나오면 재밌고 제 나름의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라며 활동이 주는 재미를 강조했다. 자기들이 나고 자란 이 지역을 사랑하면서 궁금한 것, 하고 싶은 것을 좇는 때 묻지 않은 열정이 돋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