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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의 그리스, 위기탈출 시나리오는?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 2015.06.02

그리스의 사마라스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구제금융을 종료한 후 이를 기반으로 `2015년 대선 승리를 도모했으나, 채권단(EU, ECB, IMF)이 구조개혁 미흡을 이유로 구제금융 종료를 연장함에 따라 조기 대선을 정치적 승부수로 선택했다. 그러나 의회에서의 3차에 걸친 투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고 법에 따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긴축 철회 및 부채탕감을 지지하는 시리자당이 승리하면서 채권단과의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5~7월 중 모든 자금조달 수단 소진될 듯

시리자당과 채권단은 노동법, 연금법, 조세정책 등 분야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구제금융 자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그리스에는 디폴트 위기가 도래했다. 3월 이후부터 그리스 재정 부족이 예견된 가운데, 지방정부 불용자금, 공기업, 연기금 등으로부터 간신히 부족 자금을 충당하며 버티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5~7월 중 거의 모든 자금조달 수단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시나리오를 구성해보면, 5~7월 상환 일정을 감안할 때 일시적 디폴트 가능성은 있으나, 유로존 탈퇴보다는 6월 말까지 재협상을 통한 72억 유로 수령(가능성 55%)과 제3차 구제금융 시행 가능성이 다소 우세할 전망이다. 그리스의 경우 디폴트 발생시 수출입 중단과 생필품 부족, 물가폭등 등으로 타협 압력이 높아지고, 유로그룹도 시장 불안, 대외신뢰성 타격 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가 긴축 반대를 고수하여 협상이 불발될 경우, 디폴트가 장기화되면서 그렉시트(Grexit)를 통한 위기 탈출을 시도할 확률도 상당하다. 이 경우 의회에서 정권 신임투표가 시행되거나 유로존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 잔류를 원하는 국민이 80% 이상인 상황이어서 그렉시트는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고, 유로존도 이를 방지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있어 장기 재협상후 막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25%는 될 것으로 보인다.(<그림> 참조)

 

 

유로존 탈퇴, ()보다 실() 많아

만약 그렉시트 발생시 유로존 입장에서는 그간 구제금융 명목으로 지출한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해지고, 유로존 탈퇴 전염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시적 성장후퇴가 예상된다. 그리스에 대한 공적대출은 유로존 국내총생산(GDP)3.4%에 달하는데, 채권단이 2,301억 유로,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789억 유로, 중앙은행간 미청산 부채 1,105억 유로, 유럽중앙은행(ECB) 담보대출 387억 유로 등이 그것이다. 유럽계은행의 그리스 민간 대출도 `2014년 말 기준으로 329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이 심해지고 교역 축소, 소비심리 후퇴 등으로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렉시트 우려가 가장 높았던 `2012년 당시보다 파급력은 약화될 전망이다. 유럽안정기구(ESM), 은행동맹 등 기댈 곳이 있고 양적완화(QE)도 시행되고 있어, 그리스에 대한 민간은행 대출도 `2010년 대비 18.7% 수준까지 감소했다. 유럽 국가들의 그리스 수출 규모도 국내총생산의 0.3%에 불과하고 직접투자(FDI)0.1~0.2% 규모로 작아졌다. 20`12년에는 그렉시트 시 유로존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2.0%p로 예상되었으나, `2015년에는 이러한 익스포저(exposure) 감소로 -1.0%p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리스는 유로존 이탈로 뱅크런, 금융시스템 붕괴, 민관기관 디폴트, 높은 인플레이션 등을 겪을 전망이다. 뱅크런이 시작되면 그리스 중앙은행이 긴급유동성 공급을 시도할 것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축소하거나 회수하면서 결국 예금동결과 영업중단이 불가피할 것이고, 타국의 유로화 부채상환 요구 등으로 은행 등이 지급불능에 빠지며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다. 여기에다 유로화 부채 상환부담 증가, 차환과 신규차입 중단, 대외교역 위축 등으로 공공부문과 기업들의 연쇄적 디폴트 및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수출 신장을 통한 위기 타개를 위해 유로화 대신 드라크마화(drachma, 그리스 화폐단위)를 재도입하려 하겠지만, 그리스 경제규모는 수년에 걸쳐 현재보다 25~50%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전망이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일시적 충격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여타지역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유로존 주가와 동조성이 높아지며 불안 양상을 보이겠지만 통화정책 방향과 강도의 차이, 기업실적 차이 등으로 그렉시트 영향은 점차 소멸될 것으로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렉시트 시 환율 경로를 통해 여타국성장률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으나 성장률 감소폭은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평가했다.(아래 <> 참조)

 

`2009년 발생한 그리스 재정위기가 `2010(1차 구제금융)20`12(2차 구제금융)에 이어 금년에도 또다시 재발되는 등 유로존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의 경우 급진좌파인 시리자 정부의 강경한 태도 등으로 예상보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분석기관들이 그렉시트가 발생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예상보다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을 떠올려 보면 단순한 익스포저 만으로는 국제금융시장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까지 파악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유로존 출범 이후 경험하지 못한 이례적인 이벤트인 점을 감안할 때 그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그리스 사태의 향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이와 연계될 수 있는 역내외 악재에 대해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렉시트(Grexit)

그리스(Greece)와 탈출을 뜻하는 exit의 합성어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뜻한다.

 

익스포저(Exposure)

신용사건 발생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받기로 약속된 대출 및 투자금액과 관련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금액

 

뱅크런(Bank Run)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

 

디폴트(Default)

빌린 자금에 대해 이자 지불이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