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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배달의 전쟁
강성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2015.06.02

 

한 사무실의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늦은시간 직원들은 야식을 찾았다. 그러나 음식점 연락처를 모아두지 않았고 전화도 귀찮아졌다. 이에 배달정보를 모아서 스마트폰으로 제공하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에 국내첫 배달앱 배달통이 시작되었다. 2010년 배달앱의 등장 이후 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여 2015년 현재 배달앱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단지를 뒤지고 전화를 걸어야 했던 배달업이 디지털 주문으로 옮겨가는 것은 어쩌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B급 문화 이용한 광고로 소비자들 사로잡아

현재 배달앱 점유율 3대 업체는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이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광고를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배달의 민족은 버스외벽과 정류장에 ○○,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라는 문구로 유명해졌는데, 배우 류승룡을 등장시켜 명화패러디 등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광고들을 쏟아냈다. 이른바 ‘B급 문화를 이용한 자극이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배달의 민족은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배달통은 류승룡의 아우라에 맞설 배우 마동석을 내세웠다. “○○, 그래서 넌 배달통이 답이거든.”이라는 패러디 광고로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상대의 광고를 향해 손가락질 하고 있다. TV광고에서는 다른 두 업체의 광고를 비꼬며 다들 광고만 많아. 우리는 배달업체수 1라며 위치를 다졌다.

 

이에 반해, 요기요의 광고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배우 박신혜가 아직도 전화로 주문하냐고 새침하게 말하며 누운 채 핸드폰을 몇 번 두드리더니 음식을 주문한다. 편리하면서도 깔끔함으로 여성적 감성을 자극한다. 이에 배달의 민족의 대응은 이랬다. “신혜야, 넌 원래이뻐.”

 

지난 4, 배달의 민족이 영화 예고편 같은 광고를, 요기요가 시트콤 같은 시리즈 광고를 보이면서 또 한번 광고전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각자의 본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각자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집에서 편하기 시켜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의 이미지에 맞게 가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낯설고 진지하게 포장하여 실소(失笑)를 자아낸다. 어쨌든, 소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패러디가 난무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업체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배달앱 수익의 핵심은 요식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이다. 수수료는 보통 음식값의 2.5%~12.5%정도를 받는데, 음식점의 광고비 등을 따로 받기도 한다.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는 소상인들과 여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소상인들은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지 않으면 경쟁점보다 뒤쳐지거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배달앱 등록을 요구하기도 하므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가맹점이 된다. 앱의 광고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광고비를 따로 지불해야 하는데 소규모 업체에게는 이것 또한 만만치 않다. 업체들은 이러한 비난을 받자 지난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낮췄는데, 작년 상반기 평균 14%였던 수수료는 올해 약 7%까지 떨어졌다. 세 업체 모두 소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한 적정한 수수료율과 지원 및 홍보서비스를 강구하고 있다.

 

올해 배달앱 시장 규모 2조 원 추산

이에 대항해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배달앱도 등장했다. ‘캠퍼스달은 대학생이 직접 개발했는데, 학교가 미관상 이유로 음식점 전단지를 배포하지 못하게 하자 직접 주변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전화번호를 모아 만들었다고 한다. 시작부터 음식점들에게 수수료는 받지 않았고 앱이 활성화 된 이후에 창업 제안도 거절했다. 현재 캠퍼스달은 서울대, 서강대, 중앙대 등 9개 대학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배달중개업체의 높은 수수료에 반발한 앱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수수료가 아예 없거나 낮은 정액 수수료를 받는 디톡(한국배달음식협회), 트래퍼닷컴(한국외식산업협회) 등이 있다.

 

 

배달업 전체의 규모는 연간 10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배달앱 거래 규모는 1조 원 정도로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첫 배달앱의 등장 이후 현재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앱 다운로드 순위 상위에 배달앱들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는 배달앱이 약 2조 원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온라인 주문이 더 보편화된다면 아직 성장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아울러, 2, 3위 업체 요기요와 배달통이 합병을 준비하는 가운데 국내 배달앱들의 지각변동과 더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해외에서도 배달업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는 Grubhub라는 최대 배달업체가 2004년 설립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작년에는 배달업체로는 드물게 상장까지 되었다. 뿐만아니라, 도시락에서부터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SpoonRocket, 직장인 점심배달업체 Chewse 등의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그간 미국에서는 기껏 피자정도를 배달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배달업은 최근 급속하게 성장중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대표 배달업체 Eleme는 연 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배달의 민족과 네이버는 작년에 라인와우를 일본에 출시하여 배달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더불어 배달 자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성장과 더욱 치열한경쟁이 예상된다.

 

 

B급문화

B급문화의 명확한 정의는 아직 없다. 원래는 저예산, 무명감독의 영화를 두고 흔히 B급영화라는 말이 있었는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히트를 치고 싸이가 스스로 B급문화를 지향한다는 데서 이 말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권위를 벗어난 일탈, 낯설게 하기로 유발하는 웃음과 풍자, 과장과 억지 속에서도 드러나는 솔직함으로 대중문화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