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이면 신입생 면접 전형을 실시한다. 대부분 면접 참여 학생들이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옷매무새를 바로 하는데, 그 사이에서 체육복을 입고 불량스러운 자세로 면접을 기다리는 학생이 저절로 눈에 띄었다. 다음 해 입학식 날, 이 학생을 마주쳤을 때 ‘올 한해 저 녀석 담임 속 좀 썩이겠네!’라는 생각과 함께 걱정이 앞섰다.
우리 학교는 신입생이 입학하면 학생의 기초조사를 하는데, 이 학생의 기초조사서에는 ‘어떻게 다시 들어온 학교인지 모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알고 보니,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사고를 쳐서 결국 재수를 한 끝에 우리 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보이는 것과 달리 학교생활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 같아 교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이 학생을 잘 지도해서 졸업시키고 싶었다. 일부러 학급 실장도 시키는 등 다방면으로 신경을 썼다. 하지만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만큼 열심히 하겠다던 그 학생의 마음가짐은 몇 달을 넘기지 못했다. 불량 학생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학교생활을 등한시하고 여기에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면서 학교 밖 세상에서 안 좋게 물들어 버린 것이다.
교직 5년차 때 겪은 이 일화는 대학 시절 내가 꿈꾸던 교사의 길을 걷고 있는지 원초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교사로서 나를 진단해 보는 계기가 되어 교직생활 20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행동하면서 비로소 나도 성장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말만 하며 지시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며 나를 변화시켰다. 가르치지 않을 때 더 많이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학생들의 입장에서 함께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9년부터는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 비즈쿨 창업교육 활동, 경제 동아리 운영 등을 통하여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을 위한 다양한 활동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참된 교사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창의인성 교육 등 ‘꿈’과 ‘끼’를 살리는 최근의 교육 방식과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각종 활동으로 발표력과 자신감을 키워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하면서 각기 사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에 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중국 최고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마윈(Ma Yun) 회장의 전직은 영어교사였다. 그는 “선생님의 능력은 그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에 따라 판가름 나지 않는다. 좋은 학생들을 얼마나 많이 배출하느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며, “20년간 지속돼 온 IT의 시대가 저물고 앞으로 30년간 DT(Data Technology)혁명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인터넷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배출을 위해 늘 세 가지를 생각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첫 번째, 창의적인 사람을 만들어 내고 싶다. 지식보다는 사리를 분별하며 적절히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 지혜와 창의성을 갖춘 사람을 만들고 싶다.
두 번째, 도덕적인 사람을 만들고 싶다. 가슴이 따뜻하고, 사람으로서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들고 싶다.
세 번째, 인적 네트워크를 갖도록 하고 싶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서 상생하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이 세 가지를 실천하기 위해, 열정과 도전정신을 갖춘 참한 제자들을 만들기 위해, 직장인 교사가 아닌 참스승으로 거듭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