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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지역통합의 다섯 단계
한동익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2015.07.02

전 세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전까지는 뚜렷한 형태의 지역공동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2차 대전이 유럽 연합(EU)’이라는 지역공동체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의 국가들은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각국이 결속해야 함을 절감했다. 특히 프랑스는 독일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서유럽의 석탄 및 철강 생산을 초국적 기구에서 감독하고자 슈망 플랜(Schuman Declaration, 1950. 9)을 제창하였다. 당시 전범국인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해 베네룩스 3(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이 이에 동의해 도합 여섯 나라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세웠다. 이후 ECSC와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를 포함하는 유럽공동체(EC)로 발전됐고, 처음의 6개국에서 북유럽·동유럽의 여러 나라를 포함해 총 28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며 1993년 현재의 유럽연합(EU)이 탄생했다.

 

EU는 유럽 일부 국가가 모여 설립했고, 유럽 내 국가들을 가입하게 하여 그 규모가 점차 커졌다. 사람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가리켜 지역주의 혹은 양자주의라고 한다. 혹자는 지역주의가 다자주의의 대립 개념이며, 세계화에 반()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EU도 지역주의로 시작해 점차 많은 나라를 포함하여 무역 자유화 및 세계화에 일조하였다. 

 

제약 줄고 장벽 낮아질수록 경제통합 단계는 높아져

 

헝가리 출신의 경제학자 발라사(Bella Balassa)에 의하면 경제통합은 2개 이상의 독립국이 각자의 상황을 초월하여 각종 차별(관세, 재화와 생산요소의 이동에 대한 제약 등)을 무너뜨리면서 관계를 맺는 것이다.

 

발라사는 경제통합을 정의할 때, 협력(cooperation)과 구별해야 한다고 하였다. 협력은 차별을 억제하며 단순히 교역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통합은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더욱 강력한 조건이다.

 

 

발라사는 경제통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섯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였다. 이는 앞서 언급한 차별의 억제 정도, 혹은 통합 진척의 정도를 단계별로 제시한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자유무역지역(free-trade area)이다. 경제통합에 참여한 각국(이하 참여국’) 간에 관세 및 수량제한을 없애며, 참여하지 않은 국가(이하 비참여국’)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관세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남미자유무역연합(LAFTA)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 단계는 관세동맹(customs union)이다. 참여국 간에 상품의 이동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며, 동맹국 간에는 관세를 폐지하거나 경감한다. 비참여국으로부터 수입할 때에는 각국이 공통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데, 이것이 자유무역지역과 다른 점이다. 관세동맹의 예로는 독일 관세동맹(1834),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국이 결성한 베네룩스 관세동맹(1944)이 있다(독일 관세동맹은 1871년 비스마르크에 의해 독일이 통일되기 전 여러공국들이 존재했을 때 프로이센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국가 간의 협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세동맹 사례에 포함).

 

세 번째 단계는 공동시장(common market)이다. 관세동맹보다 진전된 형태의 경제통합으로, 경제적인 국경을 철폐하고 국가 간 무역량 확대와 사회적·경제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 무역제한뿐만 아니라 생산요소(노동·자본 등) 이동에 대한 제약을 철폐하는 단계이다. 구체적으로 회원국 간 노동(건설·컨설팅 등), 자본(은행, 기타 금융서비스, 해외직접투자(FDI) ), 기술 등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진다. 주요 사례는 유럽경제공동체(EEC), 중미공동시장(CACM), 아랍공동시장(ACM), 안데스 공동체(ANCOM) 등이다.

 

네 번째 단계는 경제동맹(economic union)이다. 경제동맹은 공동시장에서 실시하는 상품과 요소 이동에 대한 제약(국경에서의 장벽)을 억제하고 참여국 각국의 경제정책으로 발생되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재정·금융·노동 등의 국내정책, 대외 무역정책 등 국가 경제정책을 조정한다. 대표 사례로는 베네룩스 경제동맹(1958), 여기에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참여한 경제금융동맹 프리탈룩스(Fritalux), 영연방이 스칸디나비아 각국과 맺은 경제동맹인 유니스칸(Uniscan) 등이 있다.

 

EU, 온전한 경제통합의 대표 사례

 

마지막 단계는 온전한 경제통합(total economic integration)이다. 참여국들은 통화·재정·사회·경기안정(countercyclical) 정책의 통합을 전제로, 참여국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초국가적 기구를 설치한다. 경제동맹과의 가장 큰 차이는 통화와 경제정책의 통일이며, 대표 사례는 1993년 출범한 유럽연합(EU)이다. 유럽연합은 유럽연방은행(ECB)EU 각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며, 2002년부터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제통합 단계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의 대외무역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EUNAFTA와 같은 지역공동체에 가입되어 있지 않지만, 각 지역공동체와의 무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개별 국가와의 FTA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무역은 다자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지역주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경제에서의 무역 흐름이 지역주의,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이동하였으므로, 이러한 흐름에 따르기 위함일 것이다.

 

지역공동체에 가입 후 경제통합을 향한 단계를 밟는 것은 가능하지만, EU의 선례에서 통합을 이루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점, 또한 국가가 처한 상황이나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지는 현대의 세계 경제에서 경제통합으로의 접근은 과거보다는 훨씬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자주의(多者主義)

여러 나라가 무역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WTO(국제무역기구)와 같은 세계 수준의 협의체를 두고 가치 체계나 규범, 절차 따위를 각국이 준수하고 조율하도록 한다는 태도

 

지역주의(地域主義)

지역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여 지역 자주성을 유지하면서 그 연대·협력을 촉진하려는 입장. 경제 통상적 의미로는 세계적 차원의 다자무역 대신 지역에 국한되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것. 유럽의 경제통합, 북미의 경제통합 노력이 대표적인 지역주의 형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