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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주택은 ‘사는 것’ 아닌 ‘사는 곳’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2015.07.02

한국감정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33개월째 연속하여 상승하고 있다. 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비율(전세가격/매매가격)2012158%에서 2015564%로 상승하였으며, 아파트의 경우는 평균 70%를 넘어섰다고 한다. 아파트 가격이 5억 원이라면 전세가격은 35천만 원이라는 뜻이다. 아파트 중에는 전세가격 비율이 90%를 넘어선 곳도 많다고 하니,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의 주거비 부담이 최근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가계 재산의 80% 이상이 부동산

 

2013년 말 우리나라의 주택수는 18,969천 호이며, 가구수는 18,408천 가구로 주택보급률(주택수/가구수)103%. 주택수가 가구수를 약간 상회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가구의 약 40%는 자가 주택이 없음을 감안해 본다면 전월세 상승으로 고통받는 가구수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기집이 없는 사람들은 빠듯한 소득에 빚을 내서 집을 사기에는 부담이 있고,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전세와 월세 부담은 늘어가고 있다. 집은 서민들에게 고통의 뿌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주택비는 왜 이렇게 가혹할까? 주택이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보편적 재화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에는 수급의 불균형으로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투기의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해 온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이며, 부동산 자산의 90% 이상이 주택이다. 부자들은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며, 늘어난 부는 다시 주택에 대한 투자로 쓰인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주택 임대료는 오르게 된다.

 

이런 시기에 주택이란 무엇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주거와 삶의 관계에 대해 세계인권선언의 다음 조항이 가치있는 의미를 준다.

 

“251. 모든 사람은 의식주, 의료 및 필요한 사회복지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실업, 질병, 장애, 배우자 사망, 노령 또는 기타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인한 생계 결핍의 경우에 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인간은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이를 위해 주거가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주택은 이러한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무주택자이거나 열악한 주택에 살고 있다. 2014년 국토교통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약 98만 가구가 최소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환경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주거에 대해 새로운 인식과 주택에 대한지원책이 요구된다.

 

주택을 보편적 권리로 봐야

 

최근 주택시장의 지표들은 주택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14년 주택거래량은 100만 건을 넘어섰는데 주택가격 상승률은 2% 이하에 불과했다. 과거의 데이터에 비추어 볼 때, 거래량이 100만 건 정도일 경우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은 예상보다 크게 오르지 않고 있어 우리의 주택시장이 이제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는 이제 옛날이야기로, 수급불일치로 인해 주택가격이 상승하던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부도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 같다. 지난 5월 말 국회에서는 주거기본법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국민이 동등하게 누려야 할 주거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이 주거공급물량 증가가 아닌 주거복지의 개념을 염두에 두며 삶의 기본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주택이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권이라면 정부는 자기 능력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해야 하고 가족의 주거안정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 주택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생활을 공급하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정부 정책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주택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요구된다. 안락하고 여유있는 삶을 누리는 거주용 주택들이 주목받는 것처럼, 더 이상 주택은 투기의 수단으로서 사는(buying) 것이 아닌, 편안한 안식처로서 사는(living) 곳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국민들도 주택을 과도한 투자대상으로 보기보다 행복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주거의 안정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주택으로 인한 고통의 뿌리를 사라지게 할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19481210UN 총회에 서 50개 국가가 찬성하여 채택된 인권에 관한 세계 선언문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인권의 존중과 평화의 확보를 위해 보호해야할 기본적 인권을 규정하였다. 세계인권선언은 UN의 결의로서 비록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 헌법 또는 기본법에 그 내용이 각인되고 반영되어 있어 그 실효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