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국교육성과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 NAEP)의 일환으로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 경제과목에 대한 이해력을 평가하였다. 2012년은 480개 공·사립 고등학교의 10,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두 평가의 결과를 비교하면 6년 동안 학생들의 경제이해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결론을 미리 얘기하자면, 2012년의 성적은 2006년에 비해 향상되지 않았다. 성적이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결국 두 결과의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고등학생들이 경제를 수강하고 졸업하는 비율은 2006년 44%에서 2009년 58%로 늘었다. 학생들의 수강 비율의 증가는 보통 이해력 향상과 연결되는데, 미국의 경제교육 학자들은 이 같은 결과에 당황스러워 했다.
경제과목 수강 학생 비율이 늘어난 만큼 가르치는 교원 수가 비례해야 하는데 자격을 갖춘 교사의 수가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학교 경제교육이 경제표준에 적합한 수업을 충분히 개설하지 못한 탓도 있다. 여기에 두 번의 조사 기간 중 경제를 필수화한 학교 학생들의 경제과목 흥미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두 차례의 시험에서 동일한 문항 48개를 분석하였다. 48개 문항 가운데 30개 문항은 성취도에서 통계적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13개 문항에서는 성적이 향상되었으나, 나머지 5개는 오히려 하락하였다. 성적이 크게 향상된 부문은 기회비용에 관한 문항이었다. 반면, 성적이 하락한 문항은 신문기사를 제시하고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추론케 하는 질문이었다. 두 기간 중 점수 차이가 없으면서 가장 낮은 점수를 획득한 문항은 비교우위에 관한 것이었다. 동일 면적당 두 가지 농산물의 생산량을 두 기간에 걸친 수치를 제시하고, 어떤 품목에서 비교우위가 변화했는지를 묻는 질문을 학생들은 어려워했다.
학생들의 이해력 수준과 교육적 효과의 변화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경제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도구이다. 이를 위해 어떤 분야를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어떤 분야가 취약해졌는지를 알 수 있도록 테스트 문항이 잘 고안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경제교육협회가 2011, 2013년 2차례 국내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이해력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는 미국처럼 표본의 변화가 안정적이지 못해, 성적이 향상되었는지 더 나빠졌는지를 해석하기가 어렵다. 그런 까닭인지 이 조사 결과는 두 기간 중 경제이해력의 성취에 대한 변화를 논하지도 않고 있다. 동일한 문항에 대한 비교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해력 테스트는 경제 분야에서 금융 분야로 이행되고 있다. 금융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력 수준과 변화를 살펴볼 목적이라면, 미국의 NAEP 연구 자료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고자료: William B. Walstad, 『Analyzing Student Achievement in High School Economics over Time』,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