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SP로 다시 보게 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면모
이슬람권 국가 중에서 가장 엄격하고 보수적인 종교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외교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도 석유무역, 건설 등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풍부한 석유 자원으로 오일머니를 축적한 사우디아라비아의 KSP 사업은 크게 다섯 가지로 ①거시경제·발전전략으로서의 연동계획 제도의 효과적 운영 방안 ②사우디아라비아 공공사업 관리시스템 개선방안 ③국가 데이터 뱅크(National Data Bank) 구축방안 ④제조업 및 산업 분야 혁신 강화 ⑤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보전법 도입이다. 여기서 내가 맡은 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전반에 걸친 정치·경제 동향을 분석·정리하고, 이에 대해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해 연구진이 현지에 대한 이해를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와는 정치·경제·문화·역사 등의 측면에서 매우 다르기 때문에 그들과 일을 함께해 나가기 위해서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들이 많았다.
보통 중동 국가를 사막, 오아시스, 석유와 같은 키워드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 키워드는 중동인들의 삶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그들의 삶을 온전히 담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교의 종주국이자, 전 국민이 무슬림(Muslim, 이슬람교도)으로, 이슬람계율을 엄격히 지키고 있는 국가다. 코란과 무함마드 언행록 등을 바탕으로 한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에 따라, 여성은 얼굴 외에는 신체를 드러내지 못한다. 자국 여성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외국인 여성도 차도르(Chardor, 타인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쓰는 망토같은 전통 의상)를 입지 않으면 돌아다닐 수 없다. 그리고 엄격할 정도로 남녀구분을 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도 남녀를 분리하고 있는데, 수요조사차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 행정수도인 리야드를 방문했을 때, 공항에서 우리 일행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남녀로 구분지어 따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경제발전 경험은 훌륭한 미래 공공외교 콘텐츠
쉼 없이 진행되는 회의 속에서 모든 일정에 참여하여 그 내용을 녹취·기록·정리하는 일을 맡으면서 잠시 지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해서 왔다는 사명감으로 내가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내려고 했다. 단순 해외여행에 익숙한 나이에 해당국의 고위 공무원, 전문가와 그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함께 일을 추진해 나가는 해외 출장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들을 의전하면서 각 기관을 방문해 한국의 발전경험을 배울 수 있는 시간도 YKSP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무형의 자산을 통해 한국을 홍보하고 외교적 성과를 올리는 것을 ‘공공외교’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공외교라고 하면 K-POP과 한류를 떠올리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험도 추가되어야 한다. 경제발전 의지가 있는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험은 훌륭한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2014년 KSP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14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많은 국가들이 우리나라 경제발전 경험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한 다른 기관에서도 KSP 사업을 수행해 나가는 것을 보면, 이러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KSP 사업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위해 정책을 컨설팅하는 공공외교로 불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졸업을 앞두고 나는 지금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인턴으로 이집트에 파견되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또 다른 모습을 가진 이집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YKSP 활동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확장시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그 날을 꿈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