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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달에 로켓을 쏘듯, 한국 교육의 뜨거운 열망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교수 2015.07.29


나무 기둥에는 칠판이 매어져 있고, 그 앞에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을 바라본다. 여섯 명 내지 여덟 명의 아이들이 교과서 하나를 함께 돌려보면서 선생님의 지시대로 따라하고 외운다. 정부 관리들은 나라의 미래가 이 어린아이들 교육수준의 향상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68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파괴된 학교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교육에 매진(Education pushed by South Korean despite destruction of many schools)이라는 기사의 내용이다. 나라의 미래를 교육에 걸었던 대한민국의 원초적 모습을 말해준다.

 

 

어려운 형편에도 교육은 포기하지 않아 

19599월에 한국을 방문하였던 시카고선타임즈(Chicago Sun-Times)의 루스 던바(Ruth Dunbar) 기자는 남한 사람들도 또한 달을 향해 로켓을 쏜다. 그 달은 고등교육이다(South Koreans also shoot for a moon-higher education)”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던바는 한국인들의 남다른 교육열을 소개한 뒤 그 이유로는 첫째, 교육은 보다 나은 내일을 개척하는 유일한 황금열쇠라는 한국인들의 오랜 신념, 둘째, 일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심이 낳은 경쟁심리라고 보았다. 일본이 싫어 시계바늘까지도 반시간을 돌려놓은 지방시를 표준시로 채택한 당시 한국인들의 일본을 향한 경쟁심리를 교육열의 한 배경으로 본 것이다. 일본을 이기기 위한 교육열의 상징을 대학입학 경쟁으로 보았고, 이를 소련과의 과학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미국의 달 탐사 우주선 개발 경쟁에 비유하였다. 던바 기자는 이 기사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80명 내지 90명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정신을 한곳으로 집중하여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으며 한 사람도 딴전을 부리거나 장난을 하는 등의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기록하였다.


이런 대한민국의 모습은 이후에도 꽤 오래 지속되었다. 정부는 부족한 재정 형편에도 학교시설 확충에 힘을 쏟았고, 산업인력 양성을 위해 산업교육진흥법을 만들어 지원하였으며, 사립학교 재단에는 많은 혜택을 부여하였다. 향학열을 높이기 위해 대학 재학생들에게 병역연기 혜택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양성된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경제는 2차 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였고, 높아진 국민들의 지적 수준은 정치·사회 부문의 민주화를 가져왔다. 국민들의 지나친 교육열이 가져온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960년대 후반에 중학교 입학시험을 폐지하고, 1970년대 중반에는 고등학교를 평준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교육열은 여전했다. 이런 교육열 덕에 대한민국의 교육수준은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2000년 이후 3년 주기로 OECD에서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는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하여 왔다. 교육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키우는데 성공한 나라의 상징이 되었다. 교육경쟁력 하락으로 고민하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후 반복해서 한국 교육시스템의 우수성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부러움을 표시해 왔다.

 

 

지식중심의 교육, 새로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가 

경제학이나 지리학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는 이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는 높은 교육열을 꼽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교육을 통한 국가발전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우연이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교육 70년의 모습 중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지식중심 교육이다. 교육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지식 중심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인성이나 경험, 아동의 흥미를 강조할 때에도 우리나라는 지식 중심 교육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정부 정책 문서에는 전인교육이나 인성교육이 자주 등장하였지만, 학부모들의 생각이나 학생들의 태도, 교육시장을 지배한 것은 언제나 지식이었다. 갑자기 도래한 20세기 후반 이후의 지식정보화사회는 첨단지식이 지니는 자본적 가치를 높여 놓았고, 우리나라는 그 혜택을 볼 준비가 되어 있는 지식의 나라였다. 그 결과는 IT 강국으로의 성장이었다. 다행이었지만 우연이었기도 하다.


문제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현재와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의 흐름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 교육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장점, 대한민국 교육의 정체성이기도 한 지식중심주의가 미래 사회에도 적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또한 절실하다.


또 다른 고민거리는 목표의식의 약화가능성에 대한 대책이다. 해방 직후부터 우리가 목표로 하였던 경제발전, 그의 상징인 일본 따라잡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는 징후가 자주 목격된다. 1980년대 초반 17:1이었던 일본과의 GDP 규모 차이가 2014년에는 4:1 수준으로 좁혀졌다. 인구 차이를 고려한다면 대단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1인당 GDP에서 한국은 명목상으로는 2020년에, 그리고 구매력 기준으로는 2016년에 일본을 앞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경쟁 심리를 유지시킬 수 있는 동인(動因)은 이렇게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들을 깨울 수 있는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동인을 발견하거나 창출하는 것이 교육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절실한 시점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각국에 공동으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평가.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영역의 성취 수준을 평가해 각국의 교육성과를 비교·점검한다.

 

 

지방시(地方時)

어떤 지방에서 그 지점의 경선에 태양이 떠오를 때를 12시로 설정한 시간

    

표준시

한 나라의 특정 범위에 대해 공통 시간으로 정한 지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