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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현장리포트: BIE의 2015 PBL World
정성진 KDI 전문연구원 2015.07.29

 

기간: 2015. 6. 21~25

장소: New Technology High School in Napa, California

참가자: 북미, 남미, 호주, 아시아(한국, 일본, 대만)의 교사, 교육부처 관계자, 교육 컨설턴트 등 총 750여 명

     

요즘 ‘Googlable(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는)’이라는 영어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IT의 발전, 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인터넷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된 가운데, 웬만한 지식은 무수한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이 단어의 등장이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와 더불어 교육계에서는 아이들을 어떠한 인재로 양성하고 어떻게 교육할지를 꾸준히 성찰해왔다. 더 이상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대안적 교수법의 하나로 프로젝트 기반 학습법(PBL, Project Based Learning)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사회가 원하는 인재 양성에 효과적인 학습법으로 주목받으면서, 미국, 호주, 홍콩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빌게이츠 재단의 출연으로 설립된 비영리기관인 미국의 BIE(Buck Institute for Education)는 연구와 교재 개발 및 컨설팅을 통해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전파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각지의 교사 및 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대한 연수(PBL World)를 실시해왔다.


지난 621일부터 25일까지 5일 동안 개최된 ‘2015 PBL World’에는 다양한 직급의 교사, 교육청 관계자, 민간 교육 컨설턴트 등 750여 명이 참석하여,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핵심요소와 철학, 평가방법 및 기준, 학생들에 대한 동기부여와 수업 운영 등을 배우고 체득했다. “click”경제교육2015 PBL World에서 다룬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교사는 지식전달자 아닌 학습촉진자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특징은 학생들이 수업 전반에 걸쳐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통하여 미지의 지식을 탐구하고, 성공을 위해 필요한 역량(Success Skill: 4C’s)을 키움으로써 기업가정신 및 책무성과 주인의식 등 사회를 구성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효과적으로 함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프로젝트의 8가지 핵심요소에서 엿볼 수 있는데, 첫 번째 요소는 학습목표로서 핵심 지식의 이해와 성공에 필요한 역량으로, Critical(비판적), Creative(창의적), Collaborative(협동하는), Communicative(의사소통에 능한)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나머지 요소는 학생들 스스로 직접 학습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추진질문(Driving Question)을 작성하고 이에 적극 답하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는 점(Challenging Problem or Question),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학생들이 일회성의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단편적인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의문점을 가지게 해야 한다는 점(Sustained Inquiry) 학생들이 학습자원 선택과 팀 내 역할 배분 등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Student Voice and Choice), 학생과 교사가 대화 또는 일지를 통해 무엇에 대해, 어떻게, 왜 배우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결과물을 개선 및 수정해야 한다는 점(Reflection, Critique and Revision), 결과물의 영향력 측면에 현실세계와 밀접하여 동기부여가 되고 결과물을 교실 외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도 발표해야 한다는 점(Authenticity, Public Product)이 제시되고 있다.


PBL의 또 하나의 특징은 평가방식에 있다. BIE에서는 성공을 위한 역량인 4C’s가 추상적인 개념인만큼 이를 평가하는 데 있어 구체적인 평가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창의성(Creativity) 항목에서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진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다른 관점을 가졌나등을, 협동성(Collaborative) 항목에서는 다른 관점을 인정하고 존중하였나’,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중히 대했나등을 평가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평가기준은 모든 학습이 끝난 후 평가하는 부가적인(Summative) 평가가 아닌 프로젝트 진행 중에 실시하는 형성적(Formative) 평가기제를 마련함으로써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개선해나갈 여지를 갖게 한다. 즉 평가의 절차가 단순히 평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공유하는 가운데 학생의 학습 성취를 유도하는 가이드로 활용되는 것이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기만 하는 기존의 학습법과는 달리 학생들의 탐구로 수업이 주도된다.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촉진자로 달라져야 한다. PBL World에서 참가자들은 새로운 학습법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토론을 통해 해결방법을 공유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수업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학생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나’, ‘학생들이 주도해나가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문화는 어떻게 형성할까등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보면서 참가자들은 PBL에 보다 익숙해질 수 있다.

 

   

오늘의 아이를 어제처럼 가르치면 아이의 미래를 빼앗는 것 

학부모들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거꾸로 교육이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가 있는 것처럼, 미국의 학부모들도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학습량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걱정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BIE의 강사이자 교육 컨설턴트인 Andrew Miller“PBL이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요하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에세이 등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미국 역시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녀들이 대학 입학뿐 아니라 이후 직장을 얻고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어떠한 인재로 자라나길 바라는지에 대해 학부모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4C’s 등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프로젝트 기반 학습임을 강조하였다.


전 세계적 교육철학과 학습법의 혁신은 미래에 대한 낙관이 빛을 잃어가고 공교육의 입지가 좁아지는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오늘의 아이들을 어제처럼 가르치면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것이다고 역설한 바 있다. 우리 사회가 꿈꾸는 미래, 그 미래사회를 이끌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교육 혁신을 시도하는 데에서 미래 희망을 찾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