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일반사회과에서는 법과 정치, 사회문화, 그리고 경제 교과를 모두 가르친다. 사회교육을 전공한 나는 대학 시절 내내 사회교육과가 이른바 ‘백화점식 과’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과 교육론부터 경제학, 정치학, 법학, 사회학, 철학까지, 전공으로 들어야하는 강의가 많은 반면, 깊이 있게 배우지 않는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만큼만 학부에서 배운다고나 할까? 하지만 대학교에서 다양한 내용을 배운 덕분에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상경계열 진학을 희망한다. 교직 생활 초기만 해도 학교에서 사회과목 선택 조사를 하면 경제과목의 인기가 가장 많았다. 경제과목을 선택한 학생들 중에는 우수한 학생이 많았고, 수업 분위기도 좋아서 경제과목 교사로서 열의를 다해 수업 준비를 하고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시도했다. 비록 교과서가 『경제학 원론』의 축소판이라 고등학교 과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만큼 고민도 많았지만,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나조차도 변별력을 높이겠다며 내신 시험에 수능보다 어려운 문제들을 출제하곤 하였으며 그 또한 학생들이 잘 맞추던 시기였으니 이렇게 해도 되나 보다 하며 세월을 보냈다.
수능에서 사회과목 선택이 두 과목으로 줄어들면서 경제과목에 시련이 닥쳤다. 11개의 사탐 선택과목 중 선택자 순위가 계속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급기야 11등, 꼴찌가 되었다. 학생들은 공부하기 까다롭고 상경계를 지망하는 성적 좋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경제과목을 더 이상 선택하려 들지 않았다. 선택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난 몇 년 간은 수능에서 경제 문제가 꽤 까다롭게 출제되면서 그나마 경제에 대한 애정으로 선택했던 학생들마저 등급 폭탄을 맞고, 수능을 망치게 되었다. 경제 교사인 나마저도 이제 수능에서 선택자가 많은 사회문화 과목을 학생들에게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 학교에서는 올해부터 교육과정 편성에서 선택자가 너무 적은 경제과목을 없애게 되면서 나는 사회문화 교사가 되었다. 13년 교직생활 중 12년을 경제와 함께 해왔으며, 경제 동아리를 이끌고 있던 나는 큰 상실감에 빠졌다. 이제 더 이상 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제과목을 가르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며, 내 스스로 지난 13년간 나는 무엇을 하였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것을 대학입시에 맞춰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총체적으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 교과는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까? 학교마다 교육과정에서 경제교과가 없어진다면 경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을 데리고 경제 동아리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수 있을까? 선택과목 하나 없어지는 것을 별 것 아닌 일로 폄하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과연 경제 교과는 수능 선택과목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일까?
신문을 읽으려 해도 경제 교과에서 배운 용어와 지식이 기본이 된다. 경제 교과는 곧 생활이 되어야 한다. 생활경제 과목이 있지만 수능 과목이 아니다보니 이를 선택하여 수업하는 학교도 많지 않다. 그래서 경제과목을 생활경제와 접목하여 생활에 꼭 필요한 이론과 금융을 중심으로 보다 쉽게 개편하여, 한국사처럼 공통 필수 선택과목으로 지정하면 어떨까? 다소 허황된 생각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과감한 발상으로 접근해야 지금의 경제 교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곧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경제 교과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교양 수준이 높고 경제 관념에 무지하지 않은 바람직한 시민의 양성을 위해 경제 교과의 부흥기를 다시 꾀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