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니뇨가 발생하면 스타벅스 주식 값이 급등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타이어 가격이 오르고 밀과 콩 가격은 천정부지로 뛴다. 엘니뇨는 태평양의 바닷물을 휘젓는다. 바람도 바꾸고 기압계도 변화시켜 기상의 대변동이 시작된다. 그런데 엘니뇨는 기상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다.
엘리뇨, 세계 기상(氣象)과 경제 뒤흔들어
엘니뇨는 페루 앞바다의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0.4℃ 이상 높아질 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페루 앞바다인 동태평양에서 고기압이 만들어진다. 이 고기압에서 불어나가는 동풍, 즉 무역풍으로 인해 바닷물의 흐름이 동쪽에서 서쪽인 인도네시아 해역으로 흐른다. 이때 서쪽으로 흘러가는 바닷물을 보충하기 위해 심해의 차가운 물이 페루 연안에서 솟아오른다. 서쪽으로 흘러간 바닷물은 뜨거워지면서 인도네시아 인근지역으로 강한 저기압을 만든다. 고기압이 위치한 페루 등 남미 서해안 지역으로는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씨가 지속된다. 반면, 저기압이 위치한 인도네시아 인근 지역으로는 많은 비가 내린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이 흐름이 반대로 바뀌게 된다. 몇 년 주기로 태평양상의 무역풍이 크게 약화될 때가 있다. 이 경우 평년과 반대의 현상이 발생한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대규모의 해류가 만들어진다. 인도네시아 인근의 따뜻한 물이 남미 연안의 동태평양으로 흐르는 것이다. 해수 온도가 낮았던 남미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진다. 엘니뇨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림 1>의 짙은 붉은색은 해수 온도가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남미 연안은 저기압이, 인도네시아 지역은 고기압이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남미 서해안 지역은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하고 산사태가 나며 빙하가 빨리 녹는다. 반대로 인도네시아 인근 지역은 강력한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가뭄이 들고 산불이 기승을 부린다. 1997년 인도네시아를 휩쓴 산불이 좋은 예이다. 계절풍을 만들어주는 몬순이 약해지면서 인도에도 가뭄이 든다. 남미 연안에는 심해에서 올라오는 용승류가 멈추면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또 엘니뇨는 아열대 제트류에 변화를 가져온다. 제트류는 태평양의 두꺼운 구름을 동쪽으로 이동시켜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해안에 폭풍을 가져온다.

엘리뇨 발생→식량생산 감소→식량가격 폭등
엘니뇨가 가져오는 세계적인 특이기상은 <그림 2>와 같다. 여름철(6월~8월) 인도네시아와 호주, 인도 지역은 극심한 가뭄이 들고, 남미지역은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린다. 겨울철(12월~1월) 동남아와 호주지역은 무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북미 남부지역은 춥고 비가 많이 내린다. 우리나라는 눈이 많이 내리고 따뜻한 겨울이된다. 엘니뇨는 가뭄·한파·홍수·폭설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을 불러일으킨다. 역사적으로 가장 피해가 심했던 엘니뇨는 1876∼1879년, 1889∼1891년, 1896∼1902년에 걸쳐 발생했다. 이때 인도, 중국, 브라질, 아프리카 등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최소 5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굶어 죽었다. 1982∼1983년에 발생한 엘니뇨는 전 세계적으로 2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5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1997년에서 1998년에 닥친 엘니뇨는 1982년의 엘니뇨에 의한 피해수준을 뛰어넘어 21,000명의 사망자와 35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가져왔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가장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 식량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식량생산이 줄어든다. 뒤이어 식량가격이 폭등한다.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세 번의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다. 이때마다 식량생산이 크게 감소해 식량가격이 폭등했다. 1982년 콩가격 폭등이 대표적인 예다. 커피나 코코아도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줄어든다. 동남아시아는 가뭄으로 천연고무 생산량이 줄어든다. 이 외에도 구리나 니켈, 아연 등의 비철금속 가격도 급등한다. 기후변화로 채굴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세계적인 식량재고가 있어 엘니뇨로 인한 식량가격 폭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미래학자들은 엘니뇨가 지구위기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엘니뇨 등의 기후변화는 콜레라, 티푸스, 뎅기열, 황열병과 같은 각종 전염병을 활성화시킨다. 이런 병균을 옮기는 매개체들의 번식조건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종 바이러스의 창궐 가능성도 커져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 등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엘니뇨에 대해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엘니뇨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미리 대비한다. 우리나라는 식량이나 자원 등을 거의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엘니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없도록 정부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정확한 기후변화 예측을 해야 한다. 예측을 이용한 철저한 대비로 엘니뇨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또 다른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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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물가수준이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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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승류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해수가 이동했을 경우,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다른 장소에서 흘러 들어오는 해류인 보류 중 하나. 해수면 근처의 해수가 에크만 수송에 의해 외해로 이동하면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심층의 해수가 해수면으로 올라오는 흐름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