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4.6% 평가절하해 환율을 올리자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신흥 시장국으로부터 자본유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수출의 대(對) 중국 의존도가 높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이 35%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으며 자본유출로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통화가치를 낮춘 이유와 앞으로 추가적인 평가절하를 전망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여 정책당국이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이유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출을 통한 성장전략을 사용해 왔으나 최근 내수부양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中, 과도한 내수부양으로 한계 직면
그동안 우리가 수출주도 성장전략으로 성공했듯이 중국도 환율을 높여 수출경쟁력을 제고시켜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의 견제로 환율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으며 또한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어 그동안 환율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중국은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내수를 부양해 성장률을 높이려 했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소득수준이 아직 낮아 내수부양만으로 성장률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과도한 내수부양은 오히려 부동산 버블이나 주식가격 버블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여기에 중국의 높은 임금인상률로 외국인 투자가 감소했으며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도 투자가 늘어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 이러한 한계에 직면한 중국이 다시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중국은 위안화 가치의 안정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선택하거나 혹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선택하는가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 중에서 중국은 위안화의 추가적인 평가절하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이 위안화를 큰 폭으로 절하시키지 못하면 중국경제는 내수침체와 수출 감소로 경착륙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이 추가적인 평가절하를 하거나 혹은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경기가 경착륙할 경우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도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먼저 원화를 위안화와 같은 폭만큼 평가절하하지 못할 경우, 수출이 크게 감소해 우리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기업투자가 감소하면서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주력산업인 조선과 철강 그리고 자동차와 전자산업까지도 중국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다. 제품 사이클론(Product cycle theory)에 따르면 후발추격국이 기술선도국을 따라잡게 되면 산업은 후발추격국으로 이전되고 선도국의 경제는 성장이 정체되는 저(低)성장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본도 우리에게 조선, 철강, 전자산업을 이전해 주고 20년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제 우리도 중국이나 인도에게 주력산업을 이전해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전되는 산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일본과 같이 장기침체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환율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는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경기침체 심화가 우려되면서 큰 폭의 주가하락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외환시장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와 달리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도는 높은 수준이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GDP의 7%에 달하고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보다 많이 낮아져 있다. 외환보유고도 3,670억 달러 비축되어 있다. 과거와 같이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자본유출로 우리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혼란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이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실물경기가 과도하게 침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교육, 공공, 금융부문의 4대 구조개혁을 서둘러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기업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개혁은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단기적으로는 수출을 늘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내수부양보다 수출증대에 의한 경기부양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화를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되는 만큼 절하할 필요가 있다. 환율을 높여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야 동아시아 환율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과도한 자본유출로 인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외환보유고를 확충해야 한다. 외국과의 통화스왑(Currency swap)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또한 과도한 환투기로 늘어날 수 있는 외환수요를 줄이고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과도한 자본유입(Surge)이나 과도한 자본유출(Sudden stop)을 규제하는 부분적 자본통제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수출을 늘려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도를 높이고 국내 경기의 과도한 침체를 막아 기업도산과 금융부실을 예방해야 한다. 비록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더라도 외국에서 보는 우리 경제의 신뢰도가 높을 경우 자본유출이 줄어들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지금은 우리 정책 당국의 신중하고 현명한 정책 선택이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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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왑
‘바꾸다’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진 스왑(Swap)은 두 당사자가 일정 수량의 기초자산(금리, 통화 등)을 교환하기로 약정한 계약을 의미한다. 통화스왑은 거래 당사자 간에 서로 다른 통화에 대해 교환될 원금·이자율·환율 등을 사전에 약속하여 교환하는 거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