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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젊은 한국인: 협력, 성공을 향한 첫 걸음
박예슬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015.09.23


10대의 절반을 과테말라에서 보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가난한 사람들을 과테말라에서는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가난한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나가다 구걸을 하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일부 적선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 돈이 그들의 배고픔을 잠시나마 달래주겠지만, 돈이 떨어지면 또 가난에 시달리고 결국 가난을 대물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돕기 위해 단기간의 원조가 아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부유하지 않지만 행복지수는 높아
가난한 이들이 배움을 통해 스스로 가난을 극복하기를 바라며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봉사에 주목했다. 과테말라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한국에 와서도 재능기부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다. 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만날 수 있는 학생들이 몇 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포부를 키워 국가 또는 국제기구에서 지원하는 대규모 사업에 자연스레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중 KSP 사업은 국제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의 금전적인 지원과는 달리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KSP 사업을 비롯한 개발협력분야를 보다 자세히 이해하고 진로 선택에 소중한 경험을 주리라 기대해 YKSP에 지원하게 됐다.


코스타리카는 청소년기를 보냈던 과테말라와 이웃한 나라여서 반가웠다. 사업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요조사서를 번역하는 일이었다. 출장 전 코스타리카 정부 및 기관 사이트, 국제기구 사이트 등으로 현지의 협력기관과 국가 개황에 대해 조사했다. 코스타리카의 정치, 경제, 국제관계, 문화 등 방대한 자료를 다루었는데 정확한 정보만을 추려내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다. 생소한 단어는 사전을 뒤지고 문장 하나하나를 정확히 번역하며 코스타리카 전반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코스타리카는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나라다. 중남미 중에서 민주주의가 잘 자리 잡은 나라, 1948년 내전의 아픔을 겪고 군대를 폐지한 나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도 유명하다. 조사를 하며 국민 대다수가 민주주의를 곧 평화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코스타리카 정부는 국가 혁신과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한국의 경제발전경험 공유를 강하게 희망했다. 코스타리카에 우리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 주제는 ‘코스타리카 혁신 촉진을 위한 기관·제도 강화 및 지원 메커니즘’이었다. 세부적으로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글로벌 가치사슬과의 연계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관련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불안하기도 했다. 전체 사업에 숟가락만 얹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기에 사전에 열심히 공부했다.


철저한 사전준비, 아는 만큼 들렸다
과학기술 계획, 혁신역량 강화, 제도 개선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의 보고서를 열람하며 코스타리카의 혁신 전략을 나름 구상해보기도 했다. 현지 회의에서 과학기술통신부, 경제부 중소기업 관련 부처의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제도 개선, 기업의 실태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미리 공부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내용들이 귀에 들어왔다.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을 새삼 깨달았다.


YKSP로 활동하며 일하는 자세를 배웠다. KSP 연구진은 사업주제에 관련한 전문가답게 논의를 거듭하며 우리가 제안할 정책 방향을 수차례 검토하고 수정했다. 회의에서는 현지인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말을 할 때도 어휘 선택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의 작은 언행부터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까지 모두 지켜보며 프로답게 일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구진이 우리의 지식을 전하는 자리임에도 성공한 경험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 사례도 털어놓는 ‘솔직함’에 놀랐다. 우리나라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협회(KITA),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여러 기관이 수출지원을 담당하고 있어 사업이 중복되거나 이행과정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코스타리카는 하나의 기관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들의 성공을 진정으로 바라는 열의가 돋보였고 이러한 자세가 닮고 싶었다.


가난을 구제하겠다며 시작된 작은 고민은 이처럼 국제사회를 돕겠다는 큰 꿈이 되었다. 지난해 6월, 2014 KSP 국내공유 세미나에서 윤태용 前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이 개회사에서 인용한 헨리 포드(Henry Ford)의 말이 생각난다. “모인 것은 시작이요, 함께하는 것은 진보요, 함께 일하면 성공이다(Coming together is a beginning, keeping together is progress, working together is success).”


KSP 사업은 성공을 위해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가 가진 것이 작은 경험과 노하우일지 모르나 협력을 통한다면 더 큰 가치가 될 것이다. 그 협력은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