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를 배울수록 더 궁금해진다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한편으로 자연스럽기도 하다. 한창 호기심 많을 고등학생의 눈에 경제는 더욱 그렇다. 진선여자고등학교 경제경영동아리 JUST 부원들은 경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학교에서 경제과목을 배울 때만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맞닿은 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철학자처럼 고심해본다. 모름지기 궁금한 것은 해결해야 한다는 이들은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직접 전문가를 찾아가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또래의 학생들에게 전파하며 동아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경제서 발간
“재작년 겨울, 대구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안현효 교수님이 동아리 활동으로 학생들과 경제 관련 책을 만들면 여러모로 유익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책이 출판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적어도 경제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한 정미영 지도교사는 경제에 관해서라면 궁금증도 관심도 많던 18명의 여고생과 함께 지난해부터 JUST활동을 시작했다.
1, 2학년 각각 9명의 부원들은 하루를 정리한 일기에서 경제와 관련된 개념과 현상을 찾고, 미시·거시·국제·혁신 경제로 팀을 나누어 각 파트에서 다룰 수 있는 기사를 취합했다. 최소영 학생(3학년)은 “우리 생활과 경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게 책의 큰 주제였어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알게 된 경제 용어와 경제 이슈가 점점 많아질수록 경제에 대해 궁금한 게 더 많아지더라고요”라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동아리 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러 출판사의 경제교과서를 읽어보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아이돌 그룹이 우리 경제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까?’, ‘경기가 안 좋다는 뉴스와 기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JUST 부원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점들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방학을 이용해 경제 전문가를 직접 인터뷰하며 궁금증을 해소했다. 안현효 교수 외에도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박형준 교수, 코네티컷대학(Connecticut College) 경제학과 박용진 교수, 경희대 국제대학원 박복영 교수가 그들이 가진 경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소서현 학생(3학년)은 “교수님들이 쉬운 예로 설명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학교에서 경제교과서로 자원배분의 기능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막연히 알고 있는 정도였거든요.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교실의 자리를 배정하면 원하는 자리에 그만큼 돈을 내고 앉게 되니까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동아리 부원들은 쉬운 예를 들어 경제개념과 경제문제에 대한 원고를 작성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교수님과 선생님을 찾아 답을 얻었던 것처럼 원고는 질문과 답변하는 대화 형식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재미있는 화도 더해졌다. 그리고 지난 7월, JUST 부원들이 궁금증이 해소되기까지의 과정이 책에 담겨 『경제학은 배워서 어디에 쓰나요?』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정승원 생(2학년)은 “저희 책의 장점은 고등학생의 눈높이에서 고등학생의 언어로 경제를 서술했다는 점이에요.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쉽게 지나쳐버린 궁금증을 해결했으면 좋겠어요”라며 바람을 전했다.
매월 발간되는 경제소식지, 마니아도 생겨
JUST 부원들은 지난 1년 간 진행된 책 만들기 프로젝트로 경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고, 올해부터 전교생에게 매월 경제소식지를 배포하여 경제 지식을 공유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부원들이 동아리 시간에 각자 경제 기사를 가지고 오면, 각 모둠에서 소식지에 어떤 내용을 실을지 1차 선별을 한다. 그리고 다시 전체 회의를 열어 토론을 벌인다. 이효정 학생(2학년)은 “너무 정치적이거나 어려운 개념을 다루는 내용을 되도록 배제해요. 실생활과 관련되어 학생들의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을 주로 선정하는 편이에요”라고 했다. 선정된 기사는 눈에 잘 띄게 글자 수를 줄이고, 디자인을 입혀 다시 가공된다.
동아리 부원들은 학생들이 편하게 공람할 수 있게끔 각 반 게시판에 경제소식지란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정미영 지도교사는 소식지가 공식적인 게시물이 될 수 있도록 학내 승인을 받고, 경제소식지함을 제작해 각 반에 부착했다.
경제소식지는 기업이 자회사의 제품을 싫어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것을 직접 밝힘으로써 충성도 높은 고객이 더욱 제품을 애용하게 된다는 ‘양극화 마케팅’과 도서 가격에 제한으로 소비자 수요 감소와 영세 서점 경쟁력 약화를 분석하는 ‘도서정가제’ 등 학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경제가 재미없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널리 알리려는 JUST의 노력이 녹아든 경제소식지는 학생들 사이에서 고정 독자층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명선 학생(3학년)은 “우리의 활동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쁘고, 뿌듯해요. 후배들이 지금처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면 상설 동아리로 인정받아 학교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더욱 열띤 활동을 펼치리라 기대해요”라고 전했다.
JUST 부원들은 모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새로이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서적과 경제소식지 발간으로 그저 ‘배움’에만 그치지 않는 그들의 활동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