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혁명이 정착된 1870년 이후 인구증가와 경제성장 측면에서 인류는 놀랍게 변화하였다.1) 이러한 변화는 환경에서도 나타났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 소비가 늘어났고, 오염물질 배출량이 급증했다. 산업화에 따른 공장의 연기와 자동차의 매연 등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늘리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인류는 육식을 기반으로 한 풍요로운 식탁을 위해 소를 사육한다. 그런데 우리가 기르는 소나 양과 같이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자동차와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 효과가 25배 더 강력하다. 『슈퍼괴짜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Steven David Levitt)은 자동차, 버스 등 운송 수단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50%나 많은 온실가스를 반추동물이 배출한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풍요롭게 사는 대신 온실효과와 이상기온 등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반추동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동차보다 많아
그렇다고 인류의 풍요로운 삶이 환경질을 항상 악화시킨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 그로스만과 크루거(Grossman and Krueger, 1993)는 시간이 변함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성장 단계와 환경질 사이’에 나타나는 관계를 추적했다. 그 결과,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환경오염이 심해졌지만, 경제발전이 지속되면서 오염도가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를 쿠즈네츠 곡선에서 착안하여 환경쿠즈네츠 곡선이라고 부른다.

1인당 소득이 5천 달러가 되기 이전까지는 오염물질이 많이 유발되는 실물자본 축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는 인적자본에 의존한 성장으로 전환되고, 환경오염이 줄어든다. 한편, 소득의 증가 효과로 환경쿠즈네츠 곡선을 설명하기도 한다. 소득이 늘어나려면 생산이 증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증가하지만, 소득이 증가하면 오염물질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는 요구도 증가한다. 이 두 효과의 크기에 따라 경제성장과 환경질의 관계가 결정된다.
이번에는 한 국가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는 변화가 아니라, 발전 상태가 다른 두 국가의 환경질을 비교해보자. 저개발 국가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디게 진행됐다. 선진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저개발 국가가 환경질이라는 측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저개발 국가의 전반적인 생산능력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뒤처지는 수준이며 환경질에 신경 쓸 틈이 없다. 환경질을 높이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대가(기회비용)가 너무 큰 것이다. ‘환경의 질이냐, 생활에 필요한 재화의 생산이냐’라는 ‘대체관계’ 속에서 저개발 국가는 환경을 선택하기 어렵다. 저개발 국가의 환경질이 선진국에 비해 좋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 한참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물론 생산이 환경질과 ‘보완관계’에 있는 저개발 국가라면 환경을 잘 보전하는 것이 곧 국가의 생산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아프리카 인근에 위치한 섬나라 모리셔스(Mauritius)는 유럽 사람들의 휴양지로 유명하다. 이 나라는 환경질이 높아야 생산능력도 높아지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생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환경질을 높이고 거기서 창출된 서비스 가치로 다른 재화를 수입하여 풍요를 유지한다면 환경질과 생산능력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환경질이 악화될까?
경제성장과 환경질 사이에서 어떤 수준의 합의가 합당할까? 생산과 소비활동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와 환경오염은 감수해야 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오염물질을 0으로 만드는 것은 최적 해결책이 아니다. 경제학은 인간의 자비, 도덕, 윤리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대신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유인(Incentive) 구조를 살핀다. 개인이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 최적 개발과 최적 오염 상태를 형성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문제는 자연환경이라는 재화의 성격이 경제적 해법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국가의 영해나 경제수역과 같이 국가간 소유권이 비교적 명확한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公海)에서의 고기잡이는 문제를 유발한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태평양에서 참치 남획으로 주요 참치 어종 7종 중 5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이처럼 자연환경은 ‘소유권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공유자원이 과다 사용되는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우리집 화장실의 물과 휴지는 아껴서 쓰지만 공용화장실은 그렇지 않은 것과 유사한 이치다. 공기를 통한 대기오염의 전파는 소유권뿐만 아니라 다른 미묘한 문제도 더해진다. 중국에서 유발된 대기오염과 황사가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오면 중국에 어느 정도까지 사회·경제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중국이 의도하고 한국으로 오염된 공기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자국의 이익과 경제 성장을 위한 과정에서 오염된 공기가 한국에 유입된 것이다. 이것을 ‘부정적 외부효과’라고 한다.
인류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환경과 경제발전의 양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문제는 앞서 제기한 불분명한 소유권으로 인해 공유자원의 남용과 국가를 넘나드는 대기오염으로 붉어지는 국가간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립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범지구적 조직이 필요하다.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발표한 브룬트란트보고서(The Brundtland Report)의 『우리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처음으로 주장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을 동의어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기서는 1인당 생산량(GDP)의 증가는 경제성장을 의미하며 경제발전은 제도 등의 전반적인 변화를 포함한 포괄적 변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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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쿠즈네츠 곡선
경제성장과 환경의 관계를 나타낸 곡선으로 역U자 형태이다. 경제성장 초기에 환경이 악화되지만 경제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환경이 개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