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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에린 브로코비치가 필요해
서현원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2015.09.24


2000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중금속 크롬이 인간에게 얼마나 위험하고 치명적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준다.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에린은 어느날 대기업 공장에서 유출되는 중금속 크롬으로 인해 동네 주민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이 사건의 조사과정이 쉽지 않고 진행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약자인 주민과 환경 보호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기업의 부도덕한 경영이 환경오염을 발생시켰다고 꼬집지만, 환경 보호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도 개인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中,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 2005년의 60% 수준으로 감량
현 시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지구 표면의 온도가 점점 상승하는 지구온난화라 할 수 있다. 산업화의 진전으로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늘어나 대기 상의 온실가스(Greenhouse Gases)가 증가하여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는 게릴라성 홍수 또는 가뭄 등 기상이변이 발생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석 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나 공장, 발전소의 탄소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당장 이런 산업분야를 규제했을 때 발생할 경제적 손실을 상당수 국가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Certified Emission Reductions, CER)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되었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UN 기후변화협약 제3차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치 설정 등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규정하는 교토 의정서를 채택하였다. 2005년 2월 16일 공식 발효된 교토 의정서에 의하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총 37개 선진국을 온실가스 감축 의무이행 대상국으로 설정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1990년 대비 평균 5.2% 줄이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차등적 공동책임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국가의 경우 감축 의무가 부여되지 않았다. 당시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교토 의정서가 자국의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고,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의무감축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한편 당시 감축 의무이행 대상국에서 제외되었던 중국은 200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의 25%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되었다.


교토 의정서는 2012년에 기한이 만료되었지만 2차 공약기간(2013년∼2017년)을 설정해 2013년부터 최소 5년 동안 교토 의정서 체제가 유지될 예정이다. 또한 초기 교토 의정서 상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에서 제외되었던 국가들도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의정서를 2020년 출범하기로 합의하였다. 교토 의정서에 가입한 국가들은 국가별로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량이 배정되며 기업도 일정 기준의 규제를 받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에너지 절감 등 기술개발로 배출량 자체를 줄이거나 배출량이 적어 여유분의 배출권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그 권리를 사서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탄소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cheme, ETS)가 탄생되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란 국가나 기업별로 탄소배출량을 미리 정해 놓고, 주식이나 채권처럼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허용치 미달분을 팔거나 초과분을 사는 제도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탄소배출권거래제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시장경제 원리로 접근한 제도라고 인식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중 영국 런던 국제상품선물거래소,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 유럽 파생상품거래소 등 3대 거래소가 세계 전체 거래량의 99%를 차지한다. 중국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2016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은 그동안 1위를 차지해온 유럽 시장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하는 나라가 될 예정이다. 현재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의 55~60% 수준으로 감량할 계획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가 탄소 배출량 늘린다는 비판도 제기
세계 7위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는 탄소배출권거래제가 2012년 국회에서 통과됐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가 기업마다 온실가스 허용량을 정해 배출권을 주고 남는 분량을 판매하거나 모자란 분량을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거래하게 된다. 거래 대상은 정부로부터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은 국내 525개사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업체 기준 연 12만5,000톤 이상, 사업장 기준 연 2만5,000톤 이상이다. 우리 기업들은 정부에서 배정한 탄소 배출량이 부족하면 제품 생산 및 관리 단계에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투자·고용 등의 측면에서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직·간접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론자들은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라는 부정적 용어에 권리라는 긍정적 개념을 결합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배출을 정당화시키는 제도라고 인식한다. 사실상 오염허가권이라는 논리로 가격을 지불한 만큼 환경을 오염시켜도 좋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오히려 탄소배출량을 늘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3월 현대경제연구원은 『EU 배출권거래제 도입 10년의 교훈』 보고서를 통해 유럽연합은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저탄소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재생에너지 부문을 활성화하여 2012년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용량이 세계의 22.5%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이산화탄소를 늘리는 경제활동으로 지구온난화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각종 환경단체에서는 전기사용 줄이기, 이면지 활용하기, 자동차 감속 운행 및 대중교통 이용하기, 종이 대신 이메일 청구서 활용하기 등 다양한 온실가스 줄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환경오염이 늘어나는 원인을 ‘외부불경제’로 설명한다. 경제 주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타인에게 손해를 주지만 이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에린 브로코비치’가 될 수는 없겠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다.



에린 브로코비치
법률 사무소의 말단 직원인 에린 브로코비치가 부도덕한 경영을 일삼는 거대 에너지 기업과 소송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탄소배출권거래제
국가 또는 기업별로 사전에 탄소배출 총량을 할당하고 잔여분이나 부족분을 다른 국가나 기업과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 부여받은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넘을 경우 과징금을 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