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에서는 난방 수요와 자동차 배기가스의 급증으로 스모그(Smog) 발생이 빈번하다. 이로 인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농도 짙은 미세먼지는 우리나라 전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방사능이 바다를 타고 오는 것은 아닌지, 일본의 오염 해역에서 온 수산물이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컸다. 심지어 방사능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다다를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같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환경문제가 때로는 주변국이나 그보다 넓은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영역 안에서도 문제의 예방이나 사후대책을 논의해야 하겠지만, 관련 국가 혹은 전 세계적으로도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환경협약(이하 환경협약 혹은 협약)은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맺어진다.
환경협약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세계 각국은 처음부터 지켜야 할 의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이해관계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협약의 틀만 갖춘 후 의무 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며, 이들 사항은 협약에 따른 의정서에 담아낸다. 비엔나 협약과 몬트리올 의정서가 한 예이다. 둘째, 대부분의 환경협약은 효과적인 실행 방법이나 구속력 있는 분쟁 해결 절차가 없다. 셋째, 협약에 참여한 국가들은 다시 국가내에서 법을 제정한 후에야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참여국들이 스스로 의무를 다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지적 환경문제, 파급력은 세계적
그러면 대기·기후 분야의 주요 환경협약 및 의정서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각각 1987년과 1997년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와 교토 의정서이다.
몬트리올 의정서의 정식 명칭은 ‘오존층 파괴물질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이다. 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해 피부암과 백내장을 발생시키는 등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되면서 이를 포함한 관련 물질의 소비를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환경전문가와 각국 정부가 약 10년 동안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친 끝에 1985년 ‘오존층보호에 관한 비엔나 협약’과 이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됐다. 이후 오존층의 파괴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1992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4차 가입국 회의에서는 일부 물질에 대해 2000년 완전 폐기하기로 했던 계획을 4년 앞당기고 규제대상 물질도 20종에서 96종으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움직임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46개국이 의정서에 서명했고 우리나라는 1992년 가입했으며 2015년 현재 약 200개국이 참여 중이다.
교토 의정서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및 각종 가스, 즉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몬트리올 의정서와 달리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와 감축 일정,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의 참여 문제를 놓고 선진국 간,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 차이로 진통을 겪었다. 1997년 채택 당시 의무 이행국은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호주·일본 등 38개국이었다. 이들 국가는 제1차 의무이행 기간(2008~2012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 총량 대비 최소 5.2% 이상 감축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에 가입했으며 2015년 현재 192개국이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호주는 현재까지 감축 의무에 동참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은 2001년, 캐나다는 2013년에 교토 의정서를 탈퇴하여 온실가스 감축의 실현 가능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해 말 프랑스에서는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5년마다 재검토하는 내용의 포스트 교토 의정서를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존층 보호에서 사막화 방지까지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되어 1975년 발효한 람사르협약은 물새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으로 2013년 현재 168개국이 가입해 있다. 습지는 물새를 포함해 각종 동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한다. 그러나 습지는 농약 사용, 갯벌 매립, 도시의 확장 등으로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습지를 지정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람사르협약의 주요내용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협약에 가입한 이후 1999년 「습지보전법」을 만들고,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제10차 당사국총회를 개최했다. 또한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가 튀니지와 공동 발의한 ‘습지도시인증제’가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습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 2015년 현재 강원도 인제의 대암산 용늪, 경남 창녕군 우포늪을 비롯하여 순천만갯벌, 무안갯벌, 여의도밤섬 등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폐기된 전자제품이나 산업시설에서 나온 독성 폐기물을 인도·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낮은 가격으로 수출했다. 이들 개도국은 폐기물 속의 금 또는 금속을 얻기 위해 수입을 허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에 종사하던 인부들이 질병에 걸리고 일부는 사망하자, 개도국들은 유해 폐기물의 이동 제한을 목적으로 한 환경협약을 주도하였다. 이것이 1989년에 채택되어 1992년에 발효한 바젤협약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협약에 가입했다. 2015년 현재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41개국 중 35개국이 협약 준수에 참여하고 있으나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 등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유목 민족들의 방목이나 개도국들의 급속한 산업화는 사막화를 촉발시킨다. 사막화로 인해 발생하는 황사는 호흡기 질환자 수 증가 등의 피해를 일으킨다. 이에 따라 1994년 채택돼 1996년 발효된 사막화방지협약은 기상 이변, 산림 황폐 등으로 심각한 가뭄 및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국가들의 사막화 방지를 통한 지구환경의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 채택 시 97개국이 서명하였고, 우리나라는 1999년에 가입한 이후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제10차 당사국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동안 지구는 산업발전과 도시 개발 등으로 훼손되어 왔다. 그러나 훼손을 막기 위해 의견이 모아져도, 세계 각국이 단순히 그것에 동의하는 것과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전 세계에는 천 개가 넘는 환경협약이 존재하지만 교토 의정서처럼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환경협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각국의 관심과 협약 의무 이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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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온가스(CFCs)
냉매 물질로 오존층 파괴와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를 야기해 사용 및 생산이 규제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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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도시인증제
람사르 습지 주변 도시 중 습지를 복원하고 관리하는 조건을 만족시키면 람사르협약이 습지도시로 인정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