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KDI 경제정보센터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경제교육 관련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1.4%가 초·중·고에서 실시되는 학교 경제교육이 ‘현재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했고, 96.7%는 ‘학교 밖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금까지 경제교육과 이를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는 무엇 때문에 발생할까? 다소 무거워 보이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국경제학회와 자유와창의교육원은 지난 10월 21일 ‘경제교육 활성화 방안’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지순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개회사에서 상아탑에 오래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구태의연한 교육 방식을 답습하는 대학의 경제교육과 고시 공부에 몰두하게 만드는 학교 모습이 부끄럽다는 자기반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동시에 경제가 어렵고 재미없다는 이유로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으며, 일반인에게는 재테크가 경제교육인 것처럼 오도되는 현실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정부의 경제교육 현황 및 제언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심재학 KDI 경제정보센터 경제교육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교육은 민간부문의 경제교육 공급이 제한 및 정체되어 있어 정부 등 공공부문의 경제교육 기능과 역할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제정된 『경제교육지원법』을 통해 경제교육 주관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경제교육협회가 내부 문제로 해산됨에 따라,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추진 체계가 부실해지면서 공공부문의 경제교육이 위축되었다. 이에 심 실장은 “공공부문이 강사 양성 및 표준교재 개발 등 경제교육 인프라 구축은 물론 경제교육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제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자문을 할 수 있는 경제교육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수학습법에 대한 자기반성도 있었다. 손정식 한양대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A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교수의 농담까지 받아 적어야 된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소개했다. 이와 같은 기존의 학습방법은 수렴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으로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발산적 사고를 저해하고 학습동기가 부여되지 않아 흥미가 저하된다. 손 교수는 현직에서 은퇴하고 경제교육 강연을 다니면서 이런 문제를 인지한 뒤, 수업의 흥미를 유발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지식보다 지혜와 통찰력을 길러주고, 학생 스스로 많이 배우도록 유도하는 형식으로 강의 방식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KDI 경제정보센터의 경제교육 변화 의지는 의미가 있다. 김준경 KDI 원장이 축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KDI 경제정보센터는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자발적 토론 문화 및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는 교육을 위해 ‘프로젝트 기반학습(PBL, Project Based Learning)’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세종시교육청과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개발·보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의심을 바탕으로 행동경제학의 분야까지 경제교육의 관점을 넓혀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송병락 자유와창의교육원장의 환영사는 경제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관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심포지엄에 피력된 경제교육에 대한 전문가들의 고민과 노력의 씨앗이 2016년 작은 열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