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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평화적 영토 이용의 공조, 균등한 경제 성과로 이어질까?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2015.10.30

영토는 경제적 발전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우리는 상이한 지리적 환경이 경제 발전에 얼마나 현저한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는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와 태평양을 누볐던 제임스 쿡(James Cook)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콜럼버스와 쿡 선장 덕분에 우리는 수 세기 동안 격리되어 살아왔던 신대륙 사람들의 실상을 처음으로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 신대륙 원주민들은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의 사람들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낙후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바다·강 유역 국가의 평균 GDP, 내륙보다 두 배 높아
생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이러한 차이를 유발한 가장 근원적인 이유를 지리적인 요인에서 찾았다. 그는 오늘날 우리의 주식 중 하나이며 농경사회를 시작하는 데 원동력이 되어준 소, 돼지, 말, 염소 등이 모두 유럽과 아시아 토착동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뿐만 아니라 주로 식량으로 재배가 가능한 씨 굵은 작물 56종 중 유럽과 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인 작물은 39종에 이르지만, 아메리카와 호주는 각각 11종과 2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의 영토가 남북이 아니라 동서 방향으로 비슷한 위도 상에서 길게 놓여 있는 점도 이 지역들이 경제적으로 번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했다. 특정 지역에서 개발된 농업 기술과 식물 재배 종자는 유럽과 아시아가 붙어 있기 때문에 비슷한 기후와 토질 환경을 가진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전될 수 있었다. 실제 중국에서 가축으로 개량된 닭은 중동지역을 거쳐 유럽에 전달되었다. 또한 중동지역의 곡물이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까지 전달되어 재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은 남과 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확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밀도와 선진 문명이 발달할 수 있는 중요한 토양이 있었지만, 호주와 아메리카 대륙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 농업 생산성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영토가 어떠한 형태이고,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다른 대륙 또는 국가의 영토와 이어져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경제적 발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토는 국제교류와 무역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인임이 규명되었다. 한 국가의 지리적 특성은 국제 무역의 흐름과 정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관세나 환율 등은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변경이 가능하지만 영토로 인해 국제 무역의 커다란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면 이는 숙명적인 제약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토는 경제발전을 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환경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리적 환경 공유로 상호 발전하려는 움직임 일어
국가의 영토가 경제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가장 먼저 주목한 사람은 국부론의 저자인 애덤스미스이다. 그는 『국부론』에서 교역은 육상운송보다 해상운송이 훨씬 원활할 뿐만 아니라 저렴하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산업이 해안가 내지 강변 근처에서 번성한다는 사실을 제시하였다. 애덤스미스의 주장은 현재도 유효하다. 지구상의 전체 육지의 5분의 1만이 바닷가 또는 강가 유역이다. 이러한 지역에 세계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9.9%가 거주하고 있다. 강가 또는 바닷가 유역의 평균 GDP가 내륙지역의 평균 GDP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지역과의 교역의 용이성이 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최근의 중국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 중국은 단일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중국은 지난 1978년 이후 지속적인 교역 자유화를 추구하였다. 그 결과 해외 국가와의 교역이 가장 용이한 해안지역들은 급속히 발전하였지만, 내륙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발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교역에 유리한 지리적 환경이 해당 지역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시켜 준다.


인류의 역사는 보다 유리한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국가들이 전쟁을 벌여 왔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는 보다 많은 영토, 보다 비옥한 영토를 차지하여 경제적 풍요로움을 얻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는 지리적 환경을 서로 공유하여 상호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공조의 움직임도 있다. 운하 개발·이용에 대한 국제적 상호 협조, 남극 개발에 대한 국제적 협약 등이다. 평화적인 영토 이용의 공조가 국제사회의 균등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