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재능기부를 맡고 있을 때, 1학년 학생이 체험 경제를 학교 재능기부 활동 프로그램에 포함할 수 있는지 물었다. 고등학교를 갓 입학한 학생이라면 아직 경제 수업을 듣지 않았을 텐데 이러한 제안을 한 게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자세히 알고 보니, 이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경제캠프를 참가하는 등 체험 경제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주말마다 서울에서 경제 수업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경제 교사로서 경제에 관심을 갖는 학생을 만난다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다른 학생들보다 관심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선뜻 맡길 수는 없었다. 재능기부 담당 교사 입장에서 봤을 때 누군가에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할 정도의 경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이 되지 않아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 고민을 간파라도 한 듯 이 학생이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을 섭외하고 강의계획서를 작성해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국, 적극적인 학생들의 노력에 나의 마음이 서서히 움직여 체험경제반이 개설되었다.
이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배움을 선물해 주기 위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그 일환으로 경제동아리를 만들어 수업을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서로 협력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면서 수업 내용과 방법에 대해 올바른 방향 제시하는 지도교사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초등학생들에게 재미있게 경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가르치던 학생들은 일반 대중을 새로운 대상으로 삼아 경제 심리학 콘서트를 개최하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고, 이내 달성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글로벌 경제 토론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도전의식을 불태우고 있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임하는 이들의 모습은 나를 자극시키고, 반성하게 하는 데 충분했다. 열정적인 학생들에게 어울릴 만한 뜨거운 열의를 가진 교사인지 자문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학교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 계기였다. 그간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일은 책 읽기, 토론하기, 글쓰기였다. 이를 한꺼번에 하기 위해 ‘사회과학 독서토론논술반’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어 토요방과후학교를 개설했다. 어느새 나도 학생들처럼 목표지향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교사가 되었나 보다. 주위에서는 1분도 안되어 마감되는 인기 강좌로 등극해 좋겠다며 축하와 부러움 섞인 인사를 보낸다. 당연히 학생들의 관심을 받아 좋지만, 더욱이 기분이 좋은 것은 학생들이 갈증을 느꼈던 배움의 영역을 충족해 주었다는 점과 내가 이 수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높였다는 점이다.
실패를 해도 좌절하지 않는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어떻게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스스로 성장한다는 것을 이미 깨우친 듯하다. 때문에 그들이 길을 잠시 잃었을 때 길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며 그들 스스로 길을 찾아 전진할 수 있도록 교사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나에게 새로운 자극과 도전 정신을 심어준 열정적인 우리 학생들에게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을 이 기회를 통해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