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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경영진의 지나친 실적주의 ‘폭스바겐 사태’ 불렀다
이종각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2015.10.30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이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조작하는 사기극이 발각돼 전 세계적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는 두 명의 서양인이 동양식으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머리를 깊숙이 조아리며 사죄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같은 날 미국 하원에서도 폭스바겐미국 사장이 공청회에 불려나와 사죄하고, 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았다.


유럽 성장엔진 ‘메이드 인 저머니’의 추락
1990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서독과 동독이 통일된 이래, 현재 독일은 유럽 경제를 견인하는 유럽 대표 국가다. 독일인들은 자국 제품, 즉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에 대해 ‘단단, 튼튼하다’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 독일제 차량이나 일상용품 등을 사용해 보면 여타 국가들의 제품에 비해 견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철저하다’, ‘지독하다’는 의미로 흔히 사용하는 ‘독일병정’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인은 대체적으로 강건·견실하고, 원칙과 질서를 준수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독일이 가장 자랑하는 기업인 폭스바겐이 벌인 사기 행각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폭스바겐이 고품질과 안정성 그리고 신뢰의 대명사로 불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각국 정부와 소비자를 상대로 부린 교묘하고 악질적인 수법은 더욱 충격적이다. 동일한 방식의 디젤이 탑재된 폭스바겐 차량은 2008년 이후 한국 판매분 수만 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무려 1,100만 대에 이른다. 아우디도 210만 대에 같은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고 시인했다.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한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
가에서는 폭스바겐 사태로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고, 조사가 진행중이다.


딱정벌레 모양의 소형 국민차로 출발해 전 세계적으로 친근감을 주었던 폭스바겐의 브랜드가치와 신뢰도는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크게 추락했다. 2011년 일본 동북부지방 대지진 이후 2022년까지 원전 폐쇄를 결정하면서 구축한 환경선진국이라는 국가이미지도 실추됐다. 약 25조 원으로 추산되는 리콜 비용, 과징금, 소비자의 집단소송에 따른 배상 등 손실은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이다. 마티아스 뮐러(Matthias Muller) 신임 폭스바겐 CEO는 ‘도덕적, 정책적 재앙’이라며 “철저한 개혁으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과연 1937년 히틀러의 지시로 설립된 이래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를 헤쳐 나갈지 여부는 미지수다.


폭스바겐 사태에서 正道 경영 배워야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미국에서 판매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의 환경오염 규제를 피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대신 소프트웨어를 차에 내장시키는 부정을 저질렀다. 이러한 수법으로 그룹 산하에 아우디, 포르쉐 등을 두고 있는 폭스바겐은 작년 그룹별 세계 신차 판매량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만약 폭스바겐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하지 않고, 미국의 규제에 충족하는 기술을 개발해 차를 만들었다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
서 폭스바겐 사태는 경영진의 지나친 실적주의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폭스바겐 사태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참고로 국토교통부는 2013년 9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의 연비과대포장 사실을 밝혀냈지만 아직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과징금을 물려봤자 규정상 최대한도가 10억 원까지다. 대우건설의 수천 억 원대 분식회계에 대해 법정 최고 과징금을 물렸지만 20억원에 불과하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로 성장한 만큼 폭스바겐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제도와 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를 배신한 기업은 철저히 응징하는 제도개선과 의식변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기업은 부정, 편법이 아닌 투명, 정도(正道) 경영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브랜드가치를 향상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