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2일,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전국학용문구협동조합과 대형마트 간의 합의로 문구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심의·의결하였다. 이로써 대형마트에서는 연필·지우개·교과노트 등 초등학생용 학용문구 18개 항목에 대해 묶음 단위로만 판매할 수 있다.시행 시기, 묶음 규모 등 세부사항은 추후 관계자들 간의 합의로 정해질 예정이다.
민간 자율 합의를 거쳐 적합업종으로 권고되면 3년 간 운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을 조정하는 민간기구인 동반위는 대·중소기업 간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하였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이 경영이 악화되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대·중소기업 간의 합리적 역할 분담을 유도하기 위하여 중소기업의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적합한 분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대기업, 중소기업의 영역과 역할을 구분하여 시장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려면 먼저 중소기업자단체가 동반위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동반위는 서류를 검토하고, 관련 품목이나 업종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시장규모(상품 출하량), 참여 중소기업 수, 최소효율규모, 1인당 생산성(중소기업 1인당 생산량 ÷ 대기업1인당 생산량), 매출액 대비 R&D 투입비중 등의 항목을 조사하여 시장을 파악한다. 이후 조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실무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최종적으로 동반위에서 심의·의결하여 적합업종으로 권고한다. 만약, 이 회의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동반위는 중소기업청으로 사업조정을 신청하게 된다. 사업조정은 중소기업의 심각한 경영상의 피해를 방지하도록 일정기간 사업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사업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이다.
2011년 적합업종제도 도입 당시 제조업 품목만을 대상으로 삼았으나, 2012년부터 서비스업까지 확대해 운영되고 있다. 2015년 현재 김치·단무지·두부 등 86개 제조업 제품과 음식점업·제과점업·자전거소매업 등 21개 서비스업종이 합의·권고되어 있다.
적합업종제도는 품목과 업종에 따라 진입자제, 사업축소, 확장자제, 사업이양의 형태로 권고된다. 진입자제는 대기업의 시장 진입 금지를 의미한다. 사업축소는 이미 상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 일부 철수하거나 점유율 또는 생산량을 축소하는 것이다. 확장자제는 대기업이 기존 점유율 또는 생산량에서 더 이상의 확장을 금지하는 것으로, 프랜차이즈를 확대하거나 대기업의 OEM 생산도 대상이 된다. 사업이양은 대기업이 해당 품목의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직접 생산하던 것을 전량 중소기업에게 OEM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권고사항 기간은 업종별로 3년이다. 다만, 1회에 한해 최대 3년 내의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적합업종의 혜택이 한시적이므로 중소기업은 그 기간 동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한다. 동반위는 권고사항이 잘 지켜지는지 연 2회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정기적 모니터링 외에도 상시신고센터를 통해 신고를 받고 있으며 위반 사실이 신고되면 동반위 사무국은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과 공동으로 사실을 조사하고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해당 업체에 시정을 요청한다.

자율합의로 동반성장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LED 조명기구를 판매하는 S사의 경우 창업 당시 연 매출이 400만 원에 그쳤지만, 2012년 LED 조명기구가 적합업종에 선정되면서 시장을 확대하여 얻은 수익으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기업은 지난 14년 동안 약 48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직원 수가 200여 명에 달하는 LED 조명기구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초 LED 조명기구가 적합업종에서 제외됐지만 S사는 세계 시장 진출을 계획할 만큼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7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 침투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8.5%가 적합업종제도가 필요하며 85.3%는 이 제도의 확대 및 유지에 긍정적으로 답하였다. 적합업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잘돼야 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7.7%,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공정경쟁이 안되기 때문’이 48.5%, ‘대기업이 시장 진출 시 독과점 발생 및 제품가격 상승’이 34.6%로 조사되었다.
동반위는 적합업종 권고를 넘어 업계 간 자율로 체결되는 상생협약을 유도하고 있다. 단순한 사업 영역의 분담이 아닌 다양한 협력 유형과 모델을 도출하여 해당 업종의 시장이 확대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생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기업 스스로 상생을 위해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시장주체들이 스스로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해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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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효율규모
평균비용이 가장 낮은 생산수준. 큰 비용이 드는 고정설비를 갖추면 생산량을 늘릴수록 평균생산비가 감소하다가 증가하는데 이 때 가장 낮은 평균생산비가 드는 생산수준이 최소효율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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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상표 부착)
주문자가 다른 기업에게 완제품이나 부품을 생산하여 납품받고, 상품에 주문자의 상표가 부착되는 생산 방식.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생산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