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지난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유통업체 합동 할인행사)’를 개최했다. 정부 주도하에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 92개 사(약34,000여 개 점포), 200개 전통시장 등이 참여했고, 업체별로 최대 50~70% 할인율이 적용되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되는 때를 의미한다. 미국의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돼 연말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 동안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발생한다.
블랙이라는 어원은 대대적인 세일에 소비심리가 호전되면서 장부상의 적자(Red figure)가 흑자(Black figure)로 전환된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과거 미국에서 손으로 장부를 쓸 때 적자가 나면 빨간색으로 흑자가 나면 검은색으로 쓴 데서 유래되었다.
내수 회복을 위해 정부 주도하에 야심차게 기획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기회의 장이었다. 소비자의 경우, 평소 비용 부담을 느끼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참여 업체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영국의 박싱데이처럼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역시 대규모 할인행사 전후로 추가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블랙프라이데이와 연계된 상품을 홍보하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메르스 사태 등으로 우리나라는 내수 소비 진작이 매우 절실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국내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목적으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시행했다. 처음 시행하는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행사 기간(10월 1~14일)에 22개 주요 참여업체의1) 매출 실적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2) 약 7,194억 원(20.7%) 증가했다. 특히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의 매출은 전년보다 24% 급증했다. 최근 수년간 매출 증가가 정체된 상황에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한 백화점의 매출 두자리수 증가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온라인쇼핑몰의 매출 증가액은 2,161억 원으로 전년보다 28.9% 늘었다. 이는 오프라인 업체를 뛰어넘는 수치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망라한 할인행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중국 국경절(10월 1~7일)에 맞춰 진행됐다. 중국 관광객이 몰릴 경우 소비 호조에 연속성을 띄어 국내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번 행사를 통해 올해 상반기 메르스 사태로 급감했던 외국인 입국자수가 3개월 만에 전년 수준을 넘어서며, 내수시장 활성화에 요긴한 역할을 했다.
반짝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하지만 이번 행사는 준비기간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만큼 곳곳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제조업체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미국과 달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제조업체가 배제된 채 유통기업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국내 유통업체 관계자가 “미국은 제조업체들이 할인을 하고 직매입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할인을 크게 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유통업체들이 할인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가격 결정권을 가진 제조업체에 할인을 강요하기 어려워 대폭 할인이 쉽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대형 유통사와 전통시장의 희비는 엇갈렸다. 정부는 9월 말이 다 되어서야 전통시장 측에 이번 행사 개최 소식을 뒤늦게 전하고 참여의사를 타진했다. 때문에 전국 15,000개의 전통시장 중 200개만 참여할 수 있었다. 막상 참여한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은 미미했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형 유통업체를 위한 행사에 전통시장을 참여시킨 것은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정부는 앞으로 이번 행사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쇼핑축제로 정착,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난 뒤 “내년부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정례화하고 좀 더 체계를 갖춰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만큼 실(失)보다 득(得)이 많은 대국민 이벤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1) 주요 백화점(3개), 대형마트(3개), 온라인쇼핑몰(11개), 전자제품 전문점(2개), 편의점(3개) 등
2) 2014년 10.2(목)~10.15(수)과 비교 기준(요일에 따라 매출 실적의 차이가 큰 유통업체 특성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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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
외국인을 대상으로 볼거리·즐길거리·살거리를 제공하는 관광축제로, 올해 6회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