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하고 있다. 가끔 영어가 막힐 때면 아랍어가 나올 정도로 아랍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중동지역에 관심이 많다. 2013년에 어학연수차 1년간 요르단에 머물면서 국제개발협력분야에 대한 관심과 아랍문화 연구에 대한 열정은 커져갔다. 연수 도중 지인을 통해 KSP 사업에 대해 듣게 되었지만 요르단에 몸이 묶여 있어 지원하지 못해 아쉬웠다. 한국에 돌아와 2014년 YKSP 공고가 올라오자 바로 중동지역 YKSP에 지원했다.
유가하락의 타격을 극복하려는 알제리
KSP 사업에서 알제리에 배정받게 되었을 때, 중동지역에 공부하고 나름 관심도 많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알제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쪽에 위치해 지중해와도 접한 나라,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중 가장 면적이 넓은 나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고 불어권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정도로만 떠올릴 수 있었다. 적어도 KSP 사업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대상국에 대해 더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알제리에 대한 기초 조사와 주요 뉴스에 대한 정리를 하며 생소했던 알제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2014년 알제리 KSP 사업의 주제는 ①지표체계를 활용한 알제리 진단과 한국 발전 경험의 시사점 제공, ②예산 및 재정정책 평가 측정도구 개발, ③지방 공공단체 개발을 위한 국가 예산 대체 세입원이다. 알제리 경제는 석유 수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뉴스 기사를 스크랩하며 유가의 지속적 하락으로 알제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제리 재무부도 예산 확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방도 세수가 적고 중앙정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KSP 사업의 주제도 국가 운영과 지방 정부 개발을 위한 예산확보를 겨냥한 것이다.
KSP 연구진은 세금 제도에 대해 연구하고 세금 개혁에 관한 정책을 제안했다. 세금 정책과 관련해 현지의 내무부 장관, 조세총국 관계자, 조세위원회 통계청 관계자, 경제사회연구회 등 다양한 부처의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다. 회의 내내 연구진과 정부 관계자들의 진지한 태도로 열띤 토론이 오갔다. 알제리 측도 세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금 개혁 정책이 예상만큼 잘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세금 제도는 오랜 시간 정착되어온 일종의 문화와 같아서 새로운 조세제도 도입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세금을 매기고 국민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알제리 국민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터전에 세금을 매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정책을 제언할 때 경제적 논리뿐만 아니라 문화적 요인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도 알제리 측은 KSP 연구진의 심도 깊은 제언에 만족하며 더 많은 연구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화를 알아야 더 보인다
사업에 참여하며 알제리의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됐다. 아랍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사석에서 친분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현지인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랍어를 배웠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크게 반가워했다. 그리고 알제리는 아랍인들이 흔히 먹는 둥글고 넓적한 빵이 아니라 바게트를 먹는다는 사실도 듣게 되었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문화가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공식 언어는 아랍어이지만, 공식적인 회의에서는 불어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알제리의 식민지 역사를 이해해야만 알 수 있는 사실들이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오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KSP 연구진은 출장 내내 귀한 손님 대접을 받았다.아랍인들은 손님에 대한 환대를 미덕으로 여긴다. KSP 연구진이 알제리에 방문했을 때 가죽자켓과 부츠를 빼입은 현지 경찰관들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연구진의 차를 경호했다. 꽉 막힌 도로를 지날 때면 경호하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단번에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아랍인의 환대문화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자국의 경제발전에 관심도 큰 만큼 KSP 연구진도 큰 환대를 받은 것 같다.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다른 나라의 경제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에 자부심은 더해갔다.
YKSP 활동으로 이메일을 쓰고 공문을 보내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한 나라의 정책과 오랜 역사로 형성된 문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중동에 대한 막연했던 관심과 열정은 국제개발사업의 인연 덕분에 ‘중동학’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이제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