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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브레튼우즈체제와 IMF
노택선/한국외대 교수 2009.11.04

19세기 말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성장일로를 달리던 세계경제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국가 간의 철저한 공조에 의해 운영되던 금본위제는 당연한 결과로 깨지고 말았다. 따라서 1차대전이 끝난 후 주요 경제대국의 가장 큰 관심은 금본위제를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본위제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경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못함으로써, 이것이 원인이 되어 대공황이 발생했다(물론 대공황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고, 국제통화시스템이 원인이라는 주장은 그중 하나의 요인으로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대공황 이후 세계의 관심은 다시 한 번 국제금융시스템의 부활이었으나, 역시 쉽지 않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함으로써 이러한 논의는 또다시 연기되고 말았다. 2차대전이 마무리되어 갈 즈음,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전후 국제금융시스템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해 나갈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4년 미국의 브레튼우즈라는 도시에서 44개국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브레튼우즈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브레튼우즈체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금본위제와 같은 고정환율이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즉, ‘조정가능한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것이다. 일단 각국은 자국통화와 금 사이의 교환비율을 정하되 상하 10% 범위 내에서 교환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통화의 교환비율을 금 이외에 다른 나라의 통화에도 고정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미국과 영국은 금과 자국통화의 교환비율을 정하고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달러나 영국의 파운드화에 자국통화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간접적 형태의 금태환제도가 탄생했다.

그런데 고정환율제를 시행하게 되면 각국이 국제수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통화가치를 변동시킴으로써 국제공조를 깰 가능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IMF는 참여국들이 경제규모와 교역규모에 비례해서 출연금을 내고 이를 근거로 국제수지에 문제가 발생한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 줌으로써 환율을 건드리지 않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의도로 설립된 기구다. 하지만 출연금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출연금이 많은 미국이 결국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나중에 미국이 IMF를 통해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의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고정환율을 유지할 때 또 하나의 문제는 자유무역의 유지였다.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했을 때 환율을 조정하지 않고 보호무역의 길로 가면 고정환율을 유지하고 IMF를 운용하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국제무역기구(ITO)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ITO는 참여하고자 했던 국가들로부터 비준을 받지 못해 결국 무산되고 말았고, 이를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이 대신하게 되었다.  

브레튼우즈체제는 2차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경제의 회복이 오히려 브레튼우즈체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브레튼우즈체제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삼았는데, 어떤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의 규모 확대에 맞춰 충분한 양이 공급될 수 있어야 하고, 통화가 세계적으로 기축통화로서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세계시장에 기축통화인 달러의 공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적자국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기축통화의 조건 두 가지는 동시에 달성될 수 없다. 이를 트리핀 딜레마라고 하는데, 1960년대 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경제회복으로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보이면서 국제시장에 달러의 공급은 늘어나게 되었지만, 계속 무역적자가 심해지는 미국을 보고 달러화에 대한 금태환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이 결국 금태환을 정지시키면서 브레튼우즈체제는 붕괴되었고, 1973년부터 세계는 변동환율체제로 전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