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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2002년 카드 대란
정재형/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010.11.01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제성장률이 -5.7%를 기록했으나 이후에는 경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999년 10.9%, 2000년 9.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안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잉태되고 있었다.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카드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카드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카드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들의 카드 빚 연체로 인해 신용카드 회사들도 부실화돼 2003년 카드사태가 터졌다.


 카드업의 급격한 팽창
1990년대 들어 성장을 지속하던 신용카드업은 정부가 세금 탈루를 막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 신용카드 이용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려면 우선 얼어붙은 소비를 살려야 한다고 봤다. 내수 소비를 늘리면 물건이 잘 팔려 생산이 늘고, 기업이 생산을 늘리면 일자리가 늘어나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난다. 정부는 소비를 늘리는 방안 중 하나가 신용카드 활성화라고 봤다.
정부는 1999년 5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해 카드사들이 고객에 대한 현금서비스 인출 한도를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고, 6월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만들어 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세금을 일정 비율대로 깎아주기로 했다. 2000년부터는 신용카드영수증 복권 제도를 실시했다.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은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한 정책이기도 했다. 월급쟁이들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로 세금을 투명하게 납부하지만 자영업자는 소득이 많아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매출액을 축소 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드 사용이 늘어나면 매출액이 카드사를 통해 그대로 국세청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영업자도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게 된다.
그래서 1990년 1,000만장이었던 카드발급 수는 2002년에는 1억장을 넘었다. 경제활동인구 1명당 4.6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1998년 63조6,000억 원이었던 것이 2002년에는 622조9,000억 원으로 4년 만에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카드사들의 과열경쟁, 신용불량자 양산
신용카드란 말 그대로 신용을 담보로 사용하는 카드이고 따라서 카드 사용자의 신용을 판단한 이후에 발급돼야 한다. 그러나 신용카드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에서도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소득이 없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카드 발급이 가능해지자 일단 카드를 쓰고 보자는 사람들이 생겼다. 특히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결제하는 일반결제보다 카드로 돈을 빌려 쓰는 현금서비스 비중이 더 높았다. 현금서비스 금리는 연 30% 정도로 은행 대출보다 높았지만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아도 쉽게 돈을 인출해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2002년 카드 이용금액 중 현금서비스 비중은 60%나 됐다.
카드발급이 무분별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여러 개의 카드를 발급받아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는 사례도 늘었다. A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B카드사의 청구금액을 내고, C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A카드사의 청구금액을 내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게 돌려막기로 버티다가 몇 달 후에는 돌려막기를 할 수조차 없게 되고 카드대금을 정해진 기한 내에 갚지 못하는 연체가 늘어났다.
2002년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카드 연체율은 2003년 말에는 총 사용금액의 14%를 넘었다. 금융권에서 한 달 이상 연체한 사람을 의미하는 신용불량자도 급증했다. 신용불량자 수는 1997년 말 143만 명에서 1998년 한 해 동안 50만 명이 증가하면서 193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이후 계속 증가해 2004년 말에는 361만 명을 넘었다. 특히 2003년 한 해 동안 108만4000명이 증가했다.
2003년 전체 신용불량자 372만 명 중 신용카드 불량자가 239만 명으로 60%나 차지했다. 44만4,000명에 불과했던 2000년 말 카드 관련 신용불량자 수가 이렇게 늘어난 것이다. 신용카드 연체로 괴로움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카드사도 치명적 손실
신용카드 연체 문제는 신용불량자 뿐 아니라 신용카드사들에게도 큰 손실을 끼쳤다. 외환·국민·우리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모(母)은행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규모가 크고 기반이 탄탄해 손실을 흡수할 수 있었지만 외환은행은 외환카드의 부실을 감당할 수 없어 자금 수혈을 받아야 했다.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했지만 국내 또는 해외 은행 중에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단기 투기자본인 펀드 형태의 론스타(Lone Star Fund)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
LG카드와 삼성카드는 2003년 각각 1조원씩을 쏟아 부으며 부실을 털어냈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계열사가 증자해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LG카드의 대주주인 LG그룹은 손실을 부담하기를 꺼려 은행들로 구성된 채권단이 자금을 투입하고 LG그룹은 LG투자증권을 채권단에 넘겼다. 이후 LG카드는 정상화돼 2007년 신한금융지주에 팔려 신한카드와 합병됐고 LG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에 매각됐다.
2003년의 카드대란은 근시안적인 경제정책을 세웠던 정부와 고객의 신용을 생각하지 않고 카드 발급을 부추겼던 신용카드사, 그리고 갚을 능력이 있는지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소비부터 했던 사람들의 합작품이었다.


 <참고문헌>
· 이야기로 읽는 대한민국 경제사 (석혜원, 미래의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