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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일본 대지진의 경제적 영향
구본관/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11.05.31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은 일본사상 최대 규모로 거대 쓰나미까지 동반해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가져왔다. 설상가상으로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유출까지 겹치면서 일본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일본의 이번 피해는 단순히 일본 경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공급사슬(supply chain)과 금융시장을 통해 세계 경제 전체로 파급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 경제적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직접 피해액, 95년 고베 대지진의 2.5배

지진 피해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 살펴보자. 피해 양상이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야기된 직접적인 재산 피해로서 도로·항만·공장·주택 등 실물 재산상의 손실 그자체다. 이는 보통 재산 가치(공시지가나 잔존가치 등)에 피해율을 곱해 계산하는데, 일본 정부는 그 규모를 대략 16~25조 엔 정도(일본 GDP의 3~5%)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1995년 1월 고베(神戶) 대지진 당시 피해액이 10조 엔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피해액은 고배 대지진의 최대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두 번째는 이러한 직접적인 재산 손실이 야기하는 간접적인 손실로서 여기에는 생산설비의 파손, 부품 공급 차질, 물류 정체 등으로 생산활동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함께 원전 사고에 따른 전력난 때문에 비롯되는 손실도 포함된다. 이는 지진 피해가 없었으면 당연히 했었을 생산활동을 지진에 따른 재산 손실 때문에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기회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손실 규모는 2011년 일본 GDP의 1.3∼1.5%로 추정된다.


한편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방사능 유출 문제가 야기할간접적인 GDP 손실도 있다. 당장 방사능에 대한 공포로 인해 방사능 오염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은 물론 가공제품에 대한 기피현상이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고용 상실과 이에 따른 소득 감소, 방사능 공포에 따른 외부활동 자제, 소비심리 위축 등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변수가 너무 많아 추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추정치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1995년 당시 고베 대지진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효과가 약 1조 7,500억 엔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재난으로 인한 효과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경제성장 측면에서만 본다면 지금까지 설명한 직접적인 재산 피해와 간접적인 생산 손실이 고스란히 GDP 성장률을 낮추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피해는 스톡(stock, 고정자본) 손실로서 그 자체로는 경제성장률과 무관하다. 왜냐하면 경제성장은 그해 생산활동의 결과로 생겨난 추가적인 생산분(부가가치 합계), 즉 플로우(flow, 유동자본)만 집계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러니컬하게도 피해를 입은 주택과 건물 그리고 인프라를 원상복구하는 일은 그 자체가 새로운 생산활동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피해 복구 투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인데, 이로 인해 생겨나는 경제성장률 상승효과는 2011년 한 해 동안 약 0.7~1.1%p 수준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도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한 그 다음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바로 이러한 현상 때문이다. 일종의 재난의 역설(paradox of disaster)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엄청난 지진 피해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지진 피해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약 0.4~0.6%p 하락하는 데 그친 0.8%로 추정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일본정부의 재정 상황이다. 일본은 정부 부채가 GDP의 200%가 넘을 정도로 재정이 악화돼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피해복구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앞으로 정부지출은 줄이고 세금은 더 많이 거두어야 하는 고통이 수반되는 만큼, 일본 경제의 성장 동력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본에서 지진·방사능 등과 같은 환경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해외 기업의 대일(對日) 투자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투자 심리도 위축될 것이다. 그 결과 비록 지진 피해 복구 투자가 2012년 이후 2~3년간 일본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복구 투자가 종료되는 2015년 이후 성장률은 1% 미만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韓, 日부품·소재 의존도 높아 생산차질 우려

이번 지진 피해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먼저 엔화가치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80엔 대 전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피해 복구를 위한 엔화 수요가 늘자 일본이 막대한 해외 투자자산의 일부를 현금화하는 과정, 즉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투자가들이 엔고(高)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 데다, 1995년 고베 대지진 직후 엔화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했던 경험이 엔화 매입을 부추기면서 지진 피해 발생 직후 엔-달러 환율이 사상 최저 수준인 76엔 수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과 일본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자금 방출 등의 영향으로 엔고가 급격히 진행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과잉 유동성에다 일본의 성장잠재력 훼손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엔화가 약세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진 피해는 각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의 개별 산업이 입은 피해로 인한 직접적 영향보다는 일본이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부품·소재 산업에서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사슬에 충격을 가하며 나타나는 간접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실리콘 웨이퍼(편집자 주 : 직접회로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규소판) 공급의 60%를 담당하는 신에쓰(信越)화학 등의 조업 차질로 반도체 업체의 웨이퍼 조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GM이루이지애나 공장의 조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은 일본산부품 수급 차질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전자재료·장비, 자동차 부품 등 일본의 부품·소재 및 장비 업체의 피해가 전자·자동차·조선 등 완제품 산업으로 파급될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한국 경제는 일본과 강한 수직적 분업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 조달에 차질을 빚음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수출의 1% 증가는 대(對)일본 수입을 0.96% 증가시키는 연관 관계가 방증하듯, 우리의 수출은 일본으로부터의 부품·소재 등 중간재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엔화가치 급변동에 따른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여 채산성 악화와 수출 둔화 그리고 물가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관점에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국내 부품산업 기반을 강화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글로벌 자금 이동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겠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피해 복구 자금 확보 등을 위한 일본의 해외투자 회수 가능성도 잠복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투자자금 급변동 가능성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bkkoo@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