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주식회사의 자본을 구성하는 단위며, 가격은 물건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돈으로 나타낸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전적 정의를 인용하면 주가란 주식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세에 따라 결정되는 주식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상품의 교환가치를 나타내어 매수자와 매도자의 의사결정지표가 되듯이 주가도 이와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상품의 가격변화는 시간적 차이를 두고 발생하지만 주가는 실시간에 가깝게 변화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정치·경제·외교와 관련된 뉴스들이 언급될 때마다 한 기업의 주식을 끊임없이 사고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매 순간 변화하는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 혹은 방식을 설명한다는 것은 부질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의 정의를 생각해보면 분명 물건이 지니는 가치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여 사업을 하고 이로부터 발생한 이익금을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에 분배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존속한다. 두 가지 자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인자본은 일정 기간 동안 자본을 빌려주는 대신 이자를 받고 만기에는 다시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는 반면, 자기자본은 투자기간에 제한이 없으며(기업이 영속한다는 전제下) 이론적으로는 분배 받을 수 있는 이익금의 제한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타인자본의 이익배분 순서가 자기자본에 우선하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이와 같은 자본의 종류와 특성을 언급한 이유는 경영활동을 통해서 얻은 이익금 중에서 일정 부분을 타인자본에 선배분한 후 나머지 이익금은 자기자본에 귀속된다는 특성이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현금흐름(주주에게 배분 가능한 이익으로 가정)을 토대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기초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의 현금흐름을 추정하여 주가를 결정하는 방식인 현재가치할인모형(discounted cash flow method)을 알아보자. ABC주식회사는 총자산규모가 100억 원(타인자본금 50억 원과 자기자본금 50억 원)으로 화장품 개발 및 제조를 하는 기업이다. 화장품 원료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작물에서 채취하고, 판매는 주로 대형마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화장품 매출은 연간 30억 원, 원료비는 8억 원, 판매수수료로 4억 원, 타인자본에 대한 이자비용 3억 원 정도가 발생하여 연간 15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순이익은 모두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하며 이와같은 추세는 매년 지속될 것으로 경영진들은 판단하고 있다. 주주는 총 10명으로 각 5억 원씩 출자하여 자본금 50억 원을 구성하였기에, 실제 배당은 1인당 1억 5천만 원씩 지급된다. 이와 같은 가정에 근거한다면 과연 1인당 주식의가치는 얼마나 될 것인가? 이해를 돕기 위해 배당금 대신 개인의 연금수령 문제로 변환해 보자.
연금수령기간 동안의 이자율은 연 5%로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매해 1.5억 원의 연금을 수령하려면 한 개인이 현재 얼마만큼의 금액을 은행에 넣어야 할까?

위와 같이 현재가치를 구하면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약 30억 원 가량이 됨을 알 수 있다. 이를 현재가치 할인방법 중의 하나인 배당할인모형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모델은 기업이 영속하며 일정 수익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이를 모두 배당으로 지급한다라는 것과 이자율이 5%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가정을 하고 있으나, 경영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모두 배분하고 남은 성과를 모두 주주가 가져간다는 특성은 명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주주에게 귀속되는 현금흐름을 정의하는 방식만 이해한다면 여러 가지 현재가치할인모형들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모형의 원리 외에 상대가치 평가모형에 근거한 주가 결정원리가 적용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위의 ABC주식회사가 IPO(Initial Public Offering,주식공개나 기업공개를 의미)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경우를 통해 상대가치 평가모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상대가치 평가모형’은 ‘신규상장 되는 기업의 여러 지표들은 비교 대상 기업의 수치와 유사하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상대가치 평가모형 중 PER(Price-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과 PBR(Price on Book-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 모형이 실무상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ABC주식회사는 주식시장 상장을 결정하고 상장주가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S증권사로부터 컨설팅을 받기로 하였다. 현재 ABC주식회사의 총 발행주식수는 1백만주, 액면가액은 5,000원으로 각 주주는 1인당 10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구주 1백만주만을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로 결정하였다. S증권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동종업계 화장품업체 중 ABC주식회사와 매출액 규모, 사업구조 등 유사한 조건을 가진 기업들을 선별하여 각 회사별 주가, 1주당 순이익, 1주당 순자산 가액을 조사 하였다. 비교대상기업으로 분류된 갑·을·병 기업의 주가는 각각 15,000원, 23,000원, 18,000원 이었으며, 1주당 순이익은 2,000원, 2,300원, 3,000원이었고, 1주당 순자산(book-value)은 10,000원, 23,000원, 9,000원이었다. 갑·을·병 기업의 PER는 7.5, 10.0, 6.0 이었으며, PBR는 1.5, 1.0, 2.0이었다. ABC주식회사의 1주당 순이익은 1,500원(15억 원/1백만주)이며, 1주당 순자산은 5,000원(50억 원/1백만주)이다.
상대가치평가모형의 가정에 따라 ABC주식회사의 주가를 추정하면 갑·을·병 세 기업을 산술평균 한 PER인 약 7.8로 계산했을 때는 약 11,700원/주, 세 기업의 산술평균한 PBR인 1.5로 계산했을 때는 약 7,500원/주가 된다. ABC주식회사의 각 주주는 10만주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평균주식 평가금액은 약 7억 5천만 원~11억 7천만 원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상대가치 평가모형을 통하여 추정한 주가는 ‘공모가격’이라고 지칭하며 이렇게 공모를 통하여 실제로 주식시장에 상장될 경우에는 공모가액의 90~200% 사이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공모에 참여하지 못한 투자자는 공모가격보다 낮거나 혹은 높게 매매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경영환경에서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과정에서 주주에게 돌아오는 가치가 더 큰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타인자본에 먼저 자산을 배분하고 난 다음에 자기자본에 자산을 배부하게 되며, 이러한 경우에 특별히 주주는 잔여재산배분 청구권이라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실무상 주식을 ‘잔여 청구권 (residual claim)’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주가를 결정하는 몇 가지 모형을 검토했음에도, 현실적으로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위에서 살펴본 주가 결정원리는 사실상 기업의 가치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는 기업이 미래에 창출해 낼 수 있는 이익의 크기와 1주당 순이익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매일 수많은 경제지표와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 및 대외환경에 주목하는 이유도 기업의 경영활동이란 본래 정치 경제적 요건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래/삼성증권 FICC Sales팀 대리 | jrmgt.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