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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파생상품은 위험한가?
곽해선/경제교육연구소 소장 2011.12.29

파생상품(derivatives)이란 주식·채권·통화 등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의 가치 변동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선물(futures)·옵션(option)·주식워런트증권(ELW)·주가연계증권(ELS)·주가지수연계펀드(ELF)·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주식·채권·통화 등을 사고팔면 됐지, 파생상품이라는 것까지 만들어 거래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은 투자손실위험(risk)을 피하기 위해서다. 주식·채권·통화 같은 상품은 매매시세가 수시로 변한다. 사들여 갖고 있다 보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파생상품은 주식·채권·통화시세가 떨어져도 이익을 볼 수 있다.


주식을 기초자산을 삼아 만든 파생상품인 주식파생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주식파생상품 중 주식 선물이라는 상품은 미리 정한 거래만기에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짐작해 돈을 걸고, 만기 때 주가의 방향을 맞추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돈을 버는 구조로 거래한다. 만기 때 주가가 떨어지는 쪽에 돈을 걸었는데 정말 주가가 떨어지면 돈을 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S사 주식을 사면서 주식선물을 사고, 주식선물은 미래 주가가 떨어지는 쪽에 돈을 건다고 치자. 이후 실제로 S사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에선 손실을 보지만 선물에선 돈을 번다. 결과적으로 주식 투자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파생상품 투자로 주식시세 변동에 따른 손실위험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파생상품 투자는 다른 자산(곧 파생상품, 여기서는 주식선물)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자가 현재 보유한 자산(곧 기초자산, 여기서는 주식)의 시세 변동으로 입을 수 있는 손실 위험을 상쇄시켜준다. 투자자가 현재 보유한 자산의 시세 변동으로 입을 수 있는 손실 위험을 다른 자산 투자로 회피하는 것을 가리켜 헤지(hedge)라 한다. 파생상품은 본래 용도가 헤지다. 그런데 최근 투자자 중에는 파생상품을 헤지하고 생각하기는 커녕 위험을 무릅쓰는 투기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왜 그럴까?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거액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살 때는 주식대금을 100% 자기 돈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파생상품은 거래액의 일부만 계약금으로 걸고 거액을 거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거래 하려면 1천만 원 정도만 내면 되는 식이다. 그만큼 남의 돈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키우는 효과, 즉 레버리지(leverage) 효과가 높다. 배팅(betting)만 잘 하면 단기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대신 배팅에 실패하면 거액을 물어내야 한다. 그만큼 위험도 크다. 파생상품이 헤지에 활용되면 자산시장에서 위험이 줄어드므로 투자가 촉진된다. 자본형성도 쉬워져 시장이 발전한다. 반면 투기가 성하면 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이 자산시장 불안을 키운다. 금융시장과 국민경제에도 해롭다.


개인들이 큰돈을 벌겠다며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고, 시세조정을 하려는 등의 불공정행위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규제책을 내놓았다. 개인이 섣불리 참여하지 못하게 진입장벽을 높이고 레버리지를 줄여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비판하고 나섰다. 당국의 규제가 유동성을 줄여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면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장은 투기가 너무 심하다.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고 투기만 걸러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곽해선/경제교육연구소 소장 | 300m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