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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전 세계 금융시장 뒤흔든 지중해의 소국, 키프로스
조현주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2013.04.30

 

 

키프로스는 경제규모가 유로존 전체의 0.2%에 불과하고 면적이 경기도와 비슷한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이다. 그러나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어 이미 기원전부터 주변국들의 갈등과 이해관계에 따른 부침을 겪어왔다. 키프로스에는 그리스계 주민이 다수(전체의 77%)를 차지하지만, 16세기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점령 이후 터키계 주민(전체의 18%)도 유입됐다. 300여년에 걸친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지배가 끝나고 1925년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치열한 독립투쟁 끝에 1960년 키프로스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지만, 그리스계와 터키계 주민 간 갈등은 계속됐다. 급기야 1974년 키프로스에 반터키 성향의 대통령이 집권하자, 터키 정부는 터키계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키프로스 북부 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했다. 이후 키프로스는 남북으로 분단됐는데, 그리스계 남키프로스(키프로스공화국)는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아 2004년과 2008년 각각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 가입했지만, 터키계 북키프로스는 여전히 미승인 국가로 남아있다.

 


한편 키프로스는 2000년대 이후 금융업을 중심으로 연평균 4% 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특히 러시아계 자금의 역외 조세피난처로 널리 알려졌다. 러시아로부터 거액의 예금을 유치한 탓에 키프로스의 예금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4배 수준인 680억 유로에 이르렀고, 은행권의 전체 자산규모는 GDP의 7배를 상회할 만큼 비대해졌다.

 

그런데 지난해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키프로스의 상황도 급변했다. 키프로스 은행권은 GDP의 1.6배에 달하는 자금을 그리스 국채에 투자하는 등 그리스에 대한 위험노출도가 높았는데, 부실대출과 그리스 구제금융 과정에서 이뤄진 부채탕감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급격히 부실해졌다. 결국 키프로스 정부는 지난해 6월 유로존 회원국 중 다섯번째로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됐고, 올해 3월 개최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키프로스 구제금융 지원 문제가 논의됐다.

 

그런데 유로존에서 제시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이 상당히 특이했다. 키프로스의 모든 예금에 대해 6.75~9.9%의 일회성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이는 모든 예금자들에게 예금손실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였다. 대규모 예금인출 조짐과 여론악화에 직면한 키프로스 의회는 구제금융 비준안을 부결했고, 우여곡절 끝에 10만 유로 이상 고액예금에 대한 최대 40%의 손실부담과 은행권 구조조정을 약속하며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됐다.

 


키프로스 사태는 구제금융 합의로 일단락되었지만, 유로존 구제금융 사상 최초로 예금자 손실부담이 도입됐다는 점에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예금자에게 손실을 부담시키는 구제금융 조건은 경제규모가 작아 상환여력이 낮고 예금비중은 높은 키프로스의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이며, 다른 국가에 적용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키프로스 은행권 예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러시아계 자금으로 추정되는데,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러시아 예금을 자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는 일부 유로존 회원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조현주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hjcho@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