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의 발달과 관련 인프라 구축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사이버 세상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범국가적·범민족적 공간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위성과 미디어를 통해 지구 반대편의 일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SNS를 통해 이를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FTA 발효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전 세계의 경제 지도는 국가의 지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빠르게 지역화·블록화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머지않아 전 세계는 커다란 몇 개 의 경제공동체로 재편될지도 모른다. 즉, 오늘날의 세계는 소설가 아서 클라크(Arthur Clarke)가 예견한 지구촌을 말 그대로 재현해 가고 있는 중이다.
사회 체제·교육목표의 차이로 벌어진 경제교육 간극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이러한 세계 적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분단지역으로 남 은 채 지난 60여 년간 단절과 불통이라는 고통의 역사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같은 언어·문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겨레라는 인식마저 희미해질 지경이다.
한반도를 양분한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는 겨레의 많은 것 을 바꾸어 왔다. 남북에 서로 다른 정치·경제적 지배체제를 심어 놓았고, 사상과 신념 체계도 이분화 하였다. 교육 부문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이데올로기가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구성원을 양성하려다 보니 교육 이념·목표, 내용 모두에서 상이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과의 일부로 포함되는 경제교육은 교육 이념과 목표가 다르다는 점과 남북의 경제체제가 상이하다는 점에서 오는 이중 걸림돌로 교과목 중 간극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남한의 경제교육은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것을 대전제 로 한다. 민주시민이란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효율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사익을 추구하면서 국민경제의 발전 에도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윤리적 사고를 가진 경제인 을 말한다. 이를 위해 남한에서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학습 하여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이해하고, 경제 현상 과 그 요인 간의 관계를 설명하며, 미래를 바르게 예측하여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한편, 북 한에서 추구하는 경제교육은 인민의 혁명화가 전제조건으로, 이때 혁명화란 ‘사회주의 교육 테제(These)’에서 보여지듯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낡은 사상의 잔재를 뿌리 뽑아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제국주의의 침습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에 기초한 공 산주의적 혁명인재의 양성을 경제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집단주의와 공동체, 사회와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 계획경제에서의 생산관계와 자립경제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는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은 사유재산권 부정하고 공동체 이념 강조
특이한 점은 북한에는 사회나 경제가 독립 교과목으로 개설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이들 과목이 다른 교과의 일부로 흡수·편입되어 통합적으로 교육되고 있는데, 이는 북한 정권이 사회와 경제교육을 체제 유지를 위한 사상교육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뜻한다. 경제 교육적 요소가 녹아 있는 북한의 교과에는 도덕, 지리, 김일성 및 김정일 관련 과목 등이 있다. 이러한 교과들에 포함된 경제적 내용 요소를 살펴보면 우선 사회주의적·공산주의적 영역으로서 자유진영과 자본주의에 대한 증오, 소유권과 사유재산의 부정, 공동재산 추구와 집단과 조직 의 이익 우선, 국가에 의한 자원 배분과 자립적 민족경제 의 강조 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또한 정신적·교양적 영역으로서의 경제 관련 내용 요소로는 실천적 노동의 역 설, 절약과 검박(儉朴)의 강조, 개인주의와 사익 추구 비 판, 희생과 동지애 부각, 반미·반일의식 강조, 상부상조 와 공동번영의 추구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반해 남한에서는 경제가 비록 사회과의 선택 교과 목이지만 단독 과목으로 설치되어 있고, 영역과 내용도 심화학습이 가능하도록 체계와 순서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 남한 경제 교과의 내용 요소를 살펴보면, 우선 경제 문제 가 발생하는 요인을 분석하여 합리적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다음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와 자본주의의 제도에 대해 파악한다. 이후 각 경제주체의 역할 과 기능에 대해 학습하고, 그들이 활동하는 다양한 종류의 시장에 대해 점검의 기회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총체적 관점에서 국민경제에 대해 분석한 후 세계시장과 한국경제 의 관계, 무역의 원리와 효과 등에 대해 학습한다. 한편, 남한의 경제교육에서는 금융교육을 병행함으로써 생애주기에 따라 합리적이고 건전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학습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북한의 경제교육은 집단주의를 바탕으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자본가를 증오하는 반면, 남한 은 개인의 이윤 추구를 경제 행위의 근본적 동기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남한은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도 보장하는 반면, 북한은 노동을 중시하면서도 직업 선택에는 제약을 두어 집단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도 록 강제하고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개인적 동기에 의한 교환을 억제하고 교역을 서방의 침탈로 규정하고 있어 주민 대부분이 교환과 거래, 무역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무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판적 관점에서 보면 남한의 경제교육 역시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남한의 경제교육 은 그 영역과 내용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조화를 이 뤄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경제 인식을 형성하도록 돕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의 경제교육은 일방의 주장에 의해 조 화와 균형이 함몰된 사상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구조적인 면에서도 학년을 거듭할수록 체계와 깊이를 더하는 것이 아닌 같은 내용을 모양만 달리하여 반복하는 세뇌교육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남과 북 의 경제교육은 시간이 갈수록 이질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다가올 통일의 시대에 우리에게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할 요소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북한 의 경제교육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세밀하게 분석하고 교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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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현상에 대해 관념적 인식과 이상을 뜻하는 ‘Idea’와 사실 적 인식을 뜻하는 ‘Logik’의 합성어로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인식의 방법과 형태를 말 한다. 세계관, 가치관, 사고방식 등 다양한 신념 체계 또는 인식 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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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교육 테제
북한의 공식적 교육강령. 그간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과 혁명발전에 따라 수정돼 왔던 교육정책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강령으로, 1977년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