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남북한 첫 합작품이 탄생했다. 분단 이후 간절히 바라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자 매스컴에서는 연일 큰 관심을 가지고 집중 보도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간 경제협력의 실험을 넘어 향후 남북한 간 냉전을 종식시키고 긴장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남한의 기술·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 만들어 낸 첫 생산품은 냄비, 프라이팬, 압력솥 등으로 그 당시 백화점에서 판매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이틀 만에 제품이 동났다.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 중에는 고향에 못가는 것을 대신해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만져 보자는 실향민이나 노년층이 많았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분단 이후 폐쇄적인 길을 걸어 온 북한이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북한은 1991~2014년 동안 5개 경제특구와 19개 경제개발구를 지정·운영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특구도 동일한 맥락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하지만 경제논리로만 굴러가야 할 개성공단, 금강산광관특구 등 경제협력 사업이 남북한 정치 상황에 따라 삐걱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특구 개발은 北의 대외교류 첫 단추
1980년대 말 소련(현재 러시아)을 비롯한 공산권의 해체와 그에 따른 공산권과 북한 간의 각종 교류협력관계의 중단으로 북한은 국제적 고립과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1990년대 초 북한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의 접근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91년 12월에 나진·선봉(나선)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대외경제의 첫 단추를 끼우기 시작했다. 북한은 나선지역을 동북아시아의 화물중계·수출가공·관광·금융 등을 종합한 복합적인 자유경제무역지대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북한이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자원이 풍부하고 북한, 러시아, 중국의 삼각무역이 가능한 지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나선지역은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초 사회간접 자본시설 부족, 개방 정책 부진, 외국자본 유치 실패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들어 다시 북한과 중국은 각각 동북 3성의 경제 개발과 경제난 해소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나선경제특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2년에는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금강산관광특구, 신의주특별행정지역, 2010년에는 황금평·위화도 지역이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합의에 따라 2003년 착공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 120여 개의 남한 기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약 5만3,000명의 북한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누적 생산액이 3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올해는 생산액이 5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강산관광특구의 경우는 2002년부터 현대아산, 한국관광공사 등이 1조226억 원의 시설투자를 하였으나, 2008년 정치적인 이유로 폐쇄되어 북한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과거 김정일 체제에는 중앙단위의 경제특구, 즉 국가 차원의 경제특구 정책만을 추진해 왔다면 김정은 체제로 들어오면서 경제개발구법 제정과 추진을 바탕으로 지방단위의 경제특구, 경제개발구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급 경제특구가 탄생되었다. 북한은 2013년 대외무역의 다원화와 다양화를 실현하고 관광구역 개설을 통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마다 현지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다. 경제특구인 나선경제무역지대와 비교하면 신변안전 강화, 경제개발구 내 토지·건물의 재임대 허용 등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다.
남북한 경제협력을 통해 소통로를 유지해야
경제개발구는 경제, 공업, 관광, 수출, 첨단기술, 농업, 국제녹색시범 등 7개 유형으로 분류해 개발되고 있다. 현재 압록강경제개발구, 온성섬경제개발구 등 지역별로 19개의 경제개발구가 있다. 압록강경제개발구는 압록강 유역의 신의주시 지역으로 총 2억4,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현대농업, 관광휴양, 무역을 기본으로 경제발전이 집약된 경제개발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온성섬관광개발구는 9,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숙박시설과 휴식장소, 경마장, 골프장 등 오락시설을 비롯한 관광휴양지구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송림수출가공구는 수출가공업, 창고보관업, 화물운송업 등 수출집약형 지역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향후 남한이 북한 경제특구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경제특구 개발을 통해 개방으로 나아가 점차 북한에 시장경제가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경제특구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 확대는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고,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에게 유턴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남한이 북한의 경제특구 및 개발구 개발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해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 협력으로는 나선경제특구 개발을 꼽았는데 러시아와 북한 간 철도 운행과 우리가 참여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중기 프로젝트로는 북한이 최대 관심을 갖고 육성하는 마식령 스키장을 비롯한 원산 종합 개발이 있다. 지방급 경제개발구와 연계해서는 북한·중국 간 추진 가능성이 높은 압록강경제개발구와 온성섬관광개발구 개발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경제특구를 연결하여 광역경제권으로 개발해 나가는 방안도 검토해 볼 것을 추천했다.
한편,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유일한 통로이자 가장 효율적인 통일준비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더불어 개성공단은 남북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다. 하지만 남북경협이 실질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북핵문제의 변화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여건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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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
외국자본과 기술의 활발한 국내유치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인프라 제공과 세제 및 행정적 특혜 등을 주는 특정지역 또는 공업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