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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통일비용은 유한, 통일편익은 무한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2015.12.03

지난 10, 모처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 고령으로 인해 병들고 힘든 몸을 이끌고 나와 잠시라도 가족의 얼굴을 보고 가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주었다. 아마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시청한 많은 사람들이 하루 속히 통일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투자·통합의 비용 vs. 시장확대·결합의 편익

하지만 통일에 대해서 모든 국민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2010년 서울대학교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59%가 통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저 그렇다20%,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도 21%로 나타나 통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국민의 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통일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된 것일까? 이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통일비용 때문이다. 통일비용은 통일 이후 남북한이 하나의 통합국가로서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의 안정을 이루면서 정상 운영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통일이 되어 완벽한 단일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통합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남한과 북한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 세기 이상 진화해 왔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의 통합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통일비용은 북한에 도로, 다리 등 SOC 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경제적 투자비용뿐만 아니라 제도를 통합하는 데 투여되는 비용과 더 나아가 국민의 의식을 통합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포함한다. 또한 남북한이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기관리비용 역시 무시 못할 통일비용일 것이다.


물론, 통일을 하게 되면 비용만 유발되는 것은 아니 다. 통일로 인해서 우리는 다양한 편익을 얻게 된다. 통일로 인한 편익은 경제적 편익과 비경제적 편익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경제적 편익으로는 분단상태를 유지하는 데 투여되는 비용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다는 점과 남북한 경제가 통합되면서 얻게되는 추가적인 편익 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분단 유지 비용 중 하나는 단연 국방비이다. 현재 우리는 남북 대치 상태를 유지하면서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2014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방비(344억 달러)는 세계 10위 수준인데, 이러한 막대한 국방비 지출의 원인은 당연히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가장 주된 요인이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러한 국방비 지출을 줄이고, 관련 국가 예산을 복지, 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한국의 GDP 규모 일본을 추월할 수도

통일을 하게 되면 경제통합으로 인한 추가적인 편익을 얻을 수 있다. 통일로 인하여 시장이 확대됨으로써 얻게 되는 규모의 경제라든가 남북한 경제의 유기적 결합 에서 오는 편익, 예컨대 산업 및 생산요소의 보완적 이용, 국토이용의 효율화, 중국·러시아 등과의 교역 증대 및 물류비용 절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통일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가장 중요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 한 바 있다. 20099월 발표한 보고서 통일한국, 북한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A United Korea? Reassessing North Korea Risks)에서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면 30~40년 내에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프랑스와 독일, 나아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통일은 비경제적 편익도 가져다준다. 대표적인 비경제적 편익으로는 인도적 편익, 정치·군사적 편익, 사회·문화적 편익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도적 편익으로는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이나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 등을 들 수 있으며, 정치·군사적 편익으로는 통일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제고나 전쟁 위험의 해소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사회·문화적 편익으로는 학술·문화의 발전 기회가 향상된다든지 관광·여가 등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상에서 열거한 통일비용과 통일편익 중 어느 것이 더 클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통일편익이 통일비용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통일이 되면 통일비용은 어느 시점 이후 더 이상 소요되지 않게 되지만, 통일편익은 영원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통일비용은 유한하지만, 통일편익은 영원히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은 분명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거나 성공적인 통일 이후의 형태를 구상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통일이 반드시 비용과 편익의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우리보다 먼저 통일된 국가를 건설한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독일의 통일이 안정적인 민주주의 법치국가로의 삶을 안겨줬다며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했다. 우리가 통일한국을 꿈꾼다면 이러한 견해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SOC(Social OverheadCapital, 사회간접자본)

도로, 철도, 항만 등 생산활동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기반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