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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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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2015년 경제교육계의 이슈는?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장 2015.12.03

지난 10월 서울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경제교육활성화 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에 앞서 8월에는 KDI에서 한국경제교육학회 주최의 하계학술대회가 열려 주요 경제교육 관련 논문이 발표되었다. 필자는 두 행사에 토론자 또는 주제발표자로 참가해 경제교육계의 상황을 자세히 듣고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하계학술대회는 논문이 발표되어 다소 학술적인 분위기였으나 고교에 경제수학 과목이 신설된다는 등의 다양한 뉴스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경제교육 행사의 잇따른 폐지

올 한해 경제교육계는 한마디로 침체였다. 사단법인 한국경제교육협회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해산되면서 2011년부터 개최된 경제교육 진흥박람회와 같은 큰 행사가 자취를 감추었다. ‘생글생글과 함께 학생용 경제신문으로 인기를 끌던 아하경제도 사라졌다. 경제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감소했다. 연간 70~80억 원에 달하던 경제교육 예산은 50억 원 미만으로 줄었고, 그중 대부분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에서 경제를 선택한 학생은 2.4%(8,639)로 지난해 2.9%(1475)보다 0.5%p 줄었다. 이제 고등학생의 경제 선택비율은 10개 사회탐구 선택 과목 중 꼴찌를 굳힌 형국이다.

 

경제교육이 침체된 상황에서 올해 주목을 끈 큼직한 사건이 몇몇 있었다. KDI 고교생 경제한마당 폐지와 “click”경제교육 폐간 발표는 경제교육계에 가장 큰 이슈다. 경제한마당은 지난 2004년부터 12년 간 고등학생들의 경제실력 향상을 위해 개최된 국내 최대 경제경시대회였다. 매년 수천명의 고등학생이 적극 참가하였지만, ‘사교육을 조장한다.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 소수 학생들의 대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간간히 제기되더니 올해 112회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KDI는 그 예산으로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Based Learning, PBL)’이라는 새로운 경제교육 모델을 연구 중이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경제개념을 익히는 이 새로운 경제교육 방식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보급되면 모든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어 경제교육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실있는 경제교육 추진 도구 개발

경제교육의 두 번째 이슈는 경제교육 표준교재가 제작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KDI에 의뢰해 만든 표준교재는 경제교육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더욱이 표준교재는 경제 초보자들에게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제시해 준다. 인터넷에는 정제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다. 표준교재는 정보 검색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 경제교육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이슈는 경제학의 중요한 개념인 기회비용을 학교에서 잘못 가르치고 있다는 연구결과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는 지난 8월에 열린 한국경제교육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기회비용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그 원인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국가공인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기회비용 문항 응답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이 기회비용을 암묵적 비용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현행 중·고교 교과서에서 기회비용을 잘못 기술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교과서는 기회비용을 어떤 대안을 선택했을 때 포기한 대안의 가치 중 가장 큰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른다면 기회비용은 가장 큰 것하나뿐이어야 한다. 기회비용을 암묵적 비용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회비용에 대한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지 몇몇 대학 교재는 기회비용을 비용-편익 분석에서 비용에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전제한 뒤, 비용-편익 분석의 비용은 직접 들어간 비용은 물론 선택에 따른 포기한 가치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회비용은 사실 오래 전부터 어렵고 헷갈리는 개념으로 비판받아 왔다. 놀라운 것은 기회비용 문항은 수능에 출제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만난 한 교수는 수능 출제 경험을 털어 놓으며 중·고등학교에서 기회비용을 가르치지 않은 것이 낫다는 극단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회비용 개념은 경제교육계가 새로 정립해야 할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경제교육계가 떠안아야 할 과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시간에 경제사를 가르칠 것을 제안한다. 해방 후 남북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각각 이행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났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을 실패한 나라,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로 한탄하는 상황을 방치해 둘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