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대학 입시에 맞춰 문제풀이식 수업을 해야 할지, 아니면 현실 경제에 아이들이 적응하고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는 디딤돌 수업을 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 하지만 이 고민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무색해지고 만다. 입시를 앞둔 고3 수업에서 재미는 포기해야 한 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 중 하나인 경제는 학생들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이 한 학급에 많아야 다섯 명 정도였다. 선택 과목 수가 4개에서 2개로 줄어든 지금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은 경제에 관심이 많고, 경제학과를 진학해 대학 졸업 후 경제 관련 직종에 종사하기를 원한다. 경제 교사로서 이 학생들에게 대학입시와 상관없는 열린 경제교육을 제공하고 지도하고 싶은 것이 목표이자 꿈이었다.
지난해 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큰 결심을 했다. 고3 담임을 비롯해 맡고 있던 모든 자리를 내려놓고, 경제경영동아리를 지도·운영·관리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우리 경제경영동아리(JUST)는 교내 우수 동아리로 선정될 만큼 학교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고, 신입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우선 선발을 전제로 부원을 모집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동아리에 들어온 부원들의 공통점은 경제학 지식이 많기보다 경제에 흥미와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경제 이론과 실생활을 연계하여 경제 현상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경제적 사고력을 길러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나는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경제를 발견하고 중요성을 깨달아 올바른 경제관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하루 일상을 적어보라는 미션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기상 시간부터 학교에서 있었던 일, 수업을 들을 때 한 생각 등 시간대별로 일상을 기록한 데서 경제 개념과 연결시킬 수 있는 소재를 곧잘 찾아냈고, 이내 재미를 붙였다. 이런 활동이 바탕이 되어 1년 뒤 학생들이 직접 쓴 책(『경제학은 배워서 어디에 쓰나요?』)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입시라는 큰 벽 앞에서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나의 꿈을 이루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우리 동아리 학생들만 보더라도 상경계열 학과에 지원하겠다지만, 경제를 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으로 하지는 않는다. 점수와 직결되다보니 기피하는 것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합리적 선택을 한 결과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아도, 점차 학생들의 선택에서 외면 받아 학교 경제교육이 위태위태해진 상황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경제 과목은 다른 과목에 비해 실생활에서 폭넓게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교사의 의지를 더한다면 경제 수업 시간을 보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마다 나의 고민이 점차 줄어들기를 바라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한 시도를 계속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