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라는 용어는 원래 국가와 사회를 잘 다스려 백성들을 구한다는 유가철학의 ‘경세제민’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경제라는 말에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실천적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이 이름을 딴 배명고 경제동아리 ‘경세제민’은 거창하게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경제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경제가 얼마나 우리와 밀접한 것인지 알리는 것으로 ‘경제’를 실천한다.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생활 속 경제이슈를 소개하는 매거진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2012년부터 매년 발간된 『Baemyeong Economy Review』는 올해 4호를 맞았다.
생활 속 이슈 소개에서 아이디어 제안까지, 『Baemyeong Economy Review』
매거진 발간은 경세제민이 가장 공을 들이는 활동이다. 동아리부원 모두가 각자 하나 이상의 경제 주제를 선정해 매거진에 실릴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각 부원들은 매년 6월 즈음 주제를 생각하고 기사를 구상한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매거진 제작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 부원들이 선정한 주제에 대해 시의적절한 것인지, 서로 주제가 겹치지는 않는지, 경제적 함의를 충분히 도출할 수 있는지 등을 서로 검토하기 위해 충분히 얘기를 나눈다. 인터넷 아프리카TV를 통한 교육 플랫폼을 제안하는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이정헌(2학년) 학생은 “저의 교육콘텐츠 아이디어에 대해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프리카TV의 쌍방향소통과 오락기능을 부각해 아이디어를 수정하며 방향을 잡아나갔어요”라고 했다. 부원들은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허니버터칩의 성공 비결과 문제점, 노이즈 마케팅, 핀테크, 프로야구의 경제효과, 메르스의 경제 영향 등 매거진이 다룬 주제는 다양했다.
부원들이 작성하는 기사는 학년마다 성격이 다르다. 동아리 신입생의 경우, 흥미로운 경제 이슈에 대해 조사하며 경제에 대한 관심을 확대한다. 올해 TESAT(Test of Economic Sense And Thinking,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는 경제이해력시험)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서재민 학생(1학년)은 “평소 TESAT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자료를 조사해서 기사를 썼어요. 저도 TESAT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해결하고 글쓰는 재미도 느꼈어요”라고 전했다. 2학년은 미시·거시·금융·경영의 분야 중 하나의 분야에서 주제를 선정해 경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 3학년이라고 동아리 활동에서 열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1, 2학년 때의 경험으로 3학년 부원은 스스로 탐구해보고 싶은 문제를 설정해 연구보고서의 형식의 기사를 작성한다. 고영훈 학생(3학년)은 “1학년 때는 게임에 관심이 있어서 게임회사의 마케팅 방법, 2학년 때는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어요. 2년 동안 매거진 제작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가계부채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했어요”라며 “학년이 올라가면서 분석하고 싶은 경제문제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생활 속 경제를 실천하는 다양한 활동들
주제가 확정되면 부원들은 학기말과 방학 동안 자료조사에 착수한다. 각 부원들은 주제와 관련된 서적이나 논문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해 기사 초안을 작성한다. 초안은 부원들의 토의를 통해 수차례의 교정과 피드백을 거치며 다듬어진다. 방학동안 내부 기사 및 표지의 디자인을 마치면 8월 말 학교축제에 맞춰 『Baemyeong Economy Review』가 발간된다.
매거진 제작은 동아리 부원들이 스스로 경제에 대한 이해를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 경제에 대한 관심을 북돋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정동준 학생(2학년)은 “축제에서 저희 동아리는 올해 매거진을 선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축제에서는 ‘기업 부루마블’ 게임을 준비했어요. 각 기업의 이미지를 말판에 배치하고 경제퀴즈를 푸는 게임입니다.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면서도 경제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싶었어요”라며 경제를 알리기 위해 매거진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했다. 부스에서는 경제독서 100선 리스트, 십자말 퀴즈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경세제민을 2011년 창설하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고윤진 지도교사는 부원들이 자율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점을 강조했다. “매거진 1호는 제작비용을 부원들이 직접 십시일반해서 만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동아리에 애정이 깊은 학생들이 모입니다. 지도교사로서 이러한 부원들의 애정과 열의가 담긴 매거진을 더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경세제민은 이 밖에도 인근 초등학생들에게 경제를 가르치는 교육봉사, 교내에 ‘바람직한 소비활동’을 홍보하는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매거진 제작활동과 더불어 생활 속 경제를 실천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겠다는 동아리가 되겠다는 이들의 다짐에서 경제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돋보였다.
